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발발한지 한달이 지났다.
다행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휴전 협상을 선언하면서 전쟁 종식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으나 협상이 마무리 될 때꺼지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국제 유가가 10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돌파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오를 경우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도 불가피해진다.
즉,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 악재가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정부는 25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 가동 등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호위함 파견을 요구하고, 주한미군 전략자산을 차출하면서 이재명 정부에게 국익 중심 한미 동맹이라는 숙제도 안기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 전쟁에 환율·금리·물가 불안…25조 추경 편성·비상경제상황실 가동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지난 한달 간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100달러를 오가고 있다.
브렌트유의 경우 배럴당 선물 가격(종가 기준)은 지난해 12월 50달러 후반대였지만 지난 20일에는 112.19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이로인해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러한 고유가와 고환율은 물가 상승의 주요인이 된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 전까지 주유소 기름값은 리터(ℓ)당 2천원을 넘었다.
이처럼 환율과 물가가 오를 경우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만일 금리가 올라간다면 이자 부담 확대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동반 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자금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당장 부도를 걱정하게 된다.
즉,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 상황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25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로 복합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의 충격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전시 추경' 편성과 처리는 빠를수록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며 신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오는 31일 국무회의 의결이 목표다.
에너지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전도 긴박하게 진행됐다.
이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인 강훈식 비서실장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직접 찾아 총 2400만 배럴 규모 원유 도입을 약속받는 데 성공했다.
원유·LNG·나프타 등 주요 공급망 다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원유와 LNG, 나프타 등 주요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나프타의 82.8%(2024년 기준)를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 외에도 알루미늄 웨이스트·스크랩(11.2%), 비합금 알루미늄괴(8.8%) 등도 중동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그 여파가 가전·뷰티·식품·제약 등 전방 산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를 통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여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약 2주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진행한 '중동상황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중소 플라스틱 업계가 원자재 부족으로 셧다운 위기에 있다"며 "중동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 애로를 잘 조율하고 대안을 고민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민이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동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중소기업의 원부자재 수급 안정과 수출시장 다변화 지원을 선제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급 측면에서는 전략비축, 우선 공급 협력체계 구축, 대체 공급선 확보 등을, 수출 측면에서는 글로벌 사우스 등 신규 시장 진출 지원을 각각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 방공무기 차출에 파병 요구까지…李 정부, 국익 중심 한미동맹 시험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한국의 외교 안보 상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트리엇(PAC-3)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주한미군 방공 전력의 일부가 차출되면서 당장 대북 대비태세에 부담이 커졌고, 이란이 장악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호위함을 파견해달라는 요구도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휴전 협상을 추진하면서 파병 요구는 잦아든 상태지만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우리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상군 투입이 현실화한다면 이를 계기로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역할 확대 요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전투병 파병까지는 아니더라도 군수 물자나 의무·군수·공병·수송 부문에서 기여 압박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이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축이지만 동맹으로 인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상존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국익과 동맹인 미국의 국익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위함 파견에 미온적이었던 것을 문제삼아 한국 정부를 향해 '보복성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 와중인 지난 11일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파병 문제와 관련한 불만이 있다면 조사 결과에 그것이 투영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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