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카피에 몸살 앓는 K패션···성장 속도 못 따라간 IP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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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카피에 몸살 앓는 K패션···성장 속도 못 따라간 IP 보호

이뉴스투데이 2026-03-26 14:45: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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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중구 ‘무신사 스토어 명동’에서 방문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30일 오후 서울 중구 ‘무신사 스토어 명동’에서 방문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세계 시장에 깃발을 꽂은 K패션이 글로벌 디자인 모방과 해외 상표 선점이라는 암초에 직면했다.

제품을 넘어 브랜드를 구성하는 시각 요소와 유통 구조 전반까지 무단 카피와 권리 침해의 대상이 되면서 산업의 성장 흐름까지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시장과 온라인 유통망을 중심으로 국내 브랜드 디자인을 차용한 유사 상품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특허청이 지난 2024년 지원한 상표 무단 선점 분쟁 대응 80건 가운데 패션 분야가 30건(37.5%)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K패션의 글로벌 노출이 확대될수록 상표 선점과 디자인 모방 리스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K패션의 성장 방식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SNS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제품 이미지와 룩북, 매장 연출까지 실시간으로 확산되면서 브랜드를 구성하는 시각 요소가 그대로 외부에 노출되는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유통망과 물리적 접근이 제한됐지만, 지금은 이미지와 콘텐츠만으로도 디자인을 재현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여기에 패션 산업 특유의 빠른 제품 회전과 짧은 디자인 주기가 겹치며 문제는 더 커졌다. 상표와 디자인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보다 출시와 동시에 시장에 노출되는 방식이 고착화되면서, 권리화보다 확산이 먼저 이뤄지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확산 속도에 비해 보호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표는 국가별로 개별 등록이 필요하고, 디자인권 역시 출원과 등록, 분쟁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상품 수명은 짧아지고 유통 속도는 빨라지면서 권리 확보 이전에 시장에 먼저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해외 상표 선점과 온라인 유사 상품 유통이 결합되며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침해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이미 판매가 종료됐거나 대응 비용이 기대 수익을 넘어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우선 진행되고 있는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젠틀몬스터 ‘온링 02’ 제품, 일본 브랜드 pellicule 제품. [사진=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왼쪽부터) 젠틀몬스터 ‘온링 02’ 제품, 일본 브랜드 pellicule 제품. [사진=각 사 홈페이지 갈무리]

디자인 도용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돼 온 관습적 폐해다. 다만 의류 및 잡화 시장의 특성상 디자인 특허와 관련해 근원성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개별 대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K패션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피해 정도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업계 공동 차원의 대응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전에는 일부 브랜드의 개별 분쟁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산업 전반의 성장 흐름을 제약하는 변수로 확대됐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위조 상품이 중국에서 생산돼 제3국으로 유통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점이다. 주요 수출 시장이 다른 국가에 있더라도 중국 내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생산 단계에서부터 통제가 어렵다. 유통 이전 단계에서 이미 복제 상품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구조인 만큼, 사후 대응만으로는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식재산 보호기관을 중심으로 분쟁 대응 지원과 상표 선점 모니터링 등을 통해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지훈 지식재산처 상표분쟁대응과 서기관은 “해외 진출 이전 단계에서 상표를 선제적으로 출원하도록 지원하고, 무단 선점 취소 및 회수 절차도 돕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약을 통해 위조 상품 차단을 강화하고, 현지 전문가 연계를 통한 분쟁 대응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여전히 사후 대응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선제적으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미 시장이 형성된 뒤 대응에 나서야 하는 구조인 만큼, 시간과 비용 부담이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달리 제조 기반과 수출 전략, IP 보호 체계가 여전히 분산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성장 속도에 비해 산업 전반의 보호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국패션협회는 지난 2024년 패션 IP 센터를 출범해 해외 상표권 선점 대응, 디자인 권리 보호, 위조 상품 유통 차단 등 지식재산 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별 지원을 넘어 산업 단위의 통합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K패션이 이제 ‘인지도 이후 단계’에 진입한 만큼 보호 전략 역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외 진출 초기부터 상표·디자인 권리화를 병행하고, 제품뿐 아니라 패키지와 공간 연출까지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패션의 다음 과제는 얼마나 빠르게 알려지느냐가 아니라, 확산된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브랜드 관계자는 “브랜드가 알려질수록 모방 리스크도 함께 커지는데,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권리 확보와 대응 비용 자체가 부담”이라며 “결국 대응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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