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 보증금 내라…미국, 50개국에 ‘현금 장벽’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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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 보증금 내라…미국, 50개국에 ‘현금 장벽’ 세운다

이데일리 2026-03-26 12:13: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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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미국 정부가 오는 4월 2일부터 일부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시 거액의 예치금을 요구하는 ‘비자 보증금(Visa Bond)’ 제도를 50개국으로 확대한다. 불법 체류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지만 2026년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글로벌 관광 시장의 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비자를 발급 받으려는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 줄을 서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2개국 신규 포함, 1만 5000달러 ‘예치 의무화’

미 국무부가 발표한 이번 조치는 캄보디아, 몽골, 튀니지, 에티오피아 등 12개국을 신규 적용 대상으로 확정했다. 해당 국가 국민이 관광이나 상용 목적의 B1·B2 비자를 신청할 경우 영사의 판단에 따라 5000달러에서 최대 1만 5000달러(약 2000만 원)를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이 제도는 비자 조건을 준수하고 기한 내 출국하면 환급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특히 다수 개발도상국 신청자들에게는 수천만 원의 현금을 묶어둬야 한다는 점이 실질적인 입국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정부는 이를 통해 불법 체류 리스크를 사전에 선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확대 조치에서 한국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이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국으로서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한국 국민은 정식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입국하며, 보증금 제도는 비자 발급이 필수인 국가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다.

객관적인 수치 면에서도 한국은 안정적이다. 미 국무부는 통상 체류 위반율이 10%를 넘는 국가를 보증금 제도의 집중 검토 대상으로 삼는데, 한국은 1% 미만의 낮은 위반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의 제도적 특수성과 낮은 위반 사례 덕분에 한국이 이 제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신흥 시장 수요 및 MICE 위축 우려

관광 및 산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 인바운드 시장 전체의 흐름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특정 수요층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방문객의 핵심 시장인 유럽, 일본, 한국 등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으나 신흥국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수요는 위축될 수 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나 뉴욕 등 국제 전시회와 컨벤션(MICE) 수요가 중요한 도시들은 긴장하고 있다. 고소득층보다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중소기업 출장객이나 친지 방문객들이 미국행을 포기하거나 다른 목적지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항공 노선의 효율성과 비수기 호텔 점유율에 미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입국 정책이 ‘개방’보다 ‘체류 관리’에 무게를 두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비자 보증금 제도는 단기적으로 체류 위반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법체류 의도보다는 신청자의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이동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치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이동성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미국의 인바운드 관광시장 위축은 물론 국제 관광 수요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불법체류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이민 및 노동시장 구조에 있는 만큼, 단순한 금전적 장벽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창섭 가천대 관광학과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국이 관광세 성격의 부담금을 상향하는 경향과 연결해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조건적인 외래관광객의 양적 증가에서 불법체류에 대한 관리 등을 포함한 질적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미국이 도입한 이번 보증금 확대 조치는 체류 관리 강화라는 정책적 목적과 관광 산업 활성화라는 경제적 목표 사이에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제도 시행 이후 실제 불법 체류 감소 효과와 관광 수요의 변화 추이에 대해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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