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이란과 종전을 위한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단호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그 어떠한 대화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부인했다. 군 대변인은 심지어 미국인들은 "자기 자신과 협상하고 있는게 아니냐"고 비꼬았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분명하다. 미국은 진전을 말하지만, 이란은 이를 전면 부인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깊은 불신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불신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서 비롯한다.
지난 1년 동안 미국과 이란 양측 간 협상은 두 차례 긴장 완화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특히 마지막 회담에서는 오만 측 중재자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주요 우려 사항들을 진지하게 다루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차례 회담 모두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이 시작됐다.
그렇기에 이란의 입장에서 보면 대화는 전쟁 가능성을 낮추지 못했고, 오히려 바로 전쟁이 뒤따랐다. 그렇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가 반드시 전면적인 대화 거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황은 그보다 복잡하다.
이란 내부적으로는 외교와 대화를 지지하는 정부 관계자들조차 압박받고 있다. 다시 협상을 시도하는 일은 위험할 수 있으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리라 장담할 수도 없다.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비롯한 이란 당국자들의 어조가 이토록 강경한 이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주장하기 전에도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은 회담이나 휴전을 원하지 않으며, 계속 싸움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정부 정보 위원회' 위원장 또한 미국 측의 15개 요구 사항을 일축하며, "트럼프의 말은 다 거짓이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화의 창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지난 25일 밤, 아라그리 장관은 이 같은 요구 사항에 대해 명확한 수용이나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국영 TV에 출연해 고위 지도부에 "다양한 의견"이 전달됐으며, "만약 입장을 정해야 한다면, 반드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의 현재 정책은 "방어" 지속이라면서, 당국은 "현재로서는 협상할 의사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습이 이어지고, 주요 기반 시설이 하나둘 파괴되는 등 이란이 현재와 같은 상황을 계속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당국자들의 이러한 강경한 어조는 전면적인 외교 거부라기보다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란 내부 정치 상황 역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온건파의 지지를 받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태도는 비교적 신중하다. 그러나 강경파들은 협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온건파들조차도 현재 상황에서는 협상을 옹호하기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정부 외부로부터의 압박도 존재한다.
일부 반정부 세력은 현 이란 이슬람정권과는 그 어떠한 합의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이번 전쟁이 정권 붕괴로 이어지길 바라며 현재의 공습을 지지하기도 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인권 운동가들은 만약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이란 당국의 국내 반대파들에 대한 탄압이 더욱 가혹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게다가 이번 전쟁 기간 여러 제한 조치들이 이미 더 강화된 상황이다.
아울러 이란의 입장은 단순히 이념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전략적인 계산의 결과이기도 하다.
분쟁이 격화된 이후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을 활용해 세계 에너지 흐름을 차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항로를 봉쇄하거나 제한할 경우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시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이란의 협상 카드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면 이러한 협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련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전달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이란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보인다.
이란이 핵 능력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엄격히 제한하고, 역내 동맹 세력을 지원하지 않으면 그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고 민간 핵 에너지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란 내에서 협상에 호의적인 이들에게도 더 큰 걸림돌은 신뢰다. 과거 맺은 합의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년간의 협상 끝에 이란은 세계 강대국들과 2015년 핵 합의를 체결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탈퇴로 결국 무너졌다. 이에 테헤란 내부에서는 새로운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이에 양측 간 간극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주장이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이란 입장에서는 협상 가능성을 부인함으로써 자국의 입장을 지키는 동시에 실제 품고 있는 의구심을 반영한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낙관론과 이란의 거부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시는 대화가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실질적인 보장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중동에서의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겠다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자국 내에서 입증해야 할 부분일 수 있다.
BBC 뉴스의 페르시아어 서비스인 'BBC 페르시안'은 이란 당국의 지속적인 차단과 전파 방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약 2400만 명에게 도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다수가 이란 내 이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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