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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데일리 단독 취재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와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손모(51)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손씨는 같은 범행으로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돼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손씨는 “철제 H빔을 비롯한 철근을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해 건설 현장에 납품하고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투자를 권유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수익금을 주고 원리금까지 돌려주겠다”며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말까지 약 5년간 피해자 7명에게 30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2009년 사기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돼 복역 후 출소한 손씨는 중소기업 대표 등 부유층을 표적으로 삼았다. 범행은 치밀했다.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받은 뒤 약속한 이자를 밀리지 않고 지급했다. 실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속이기 위해서다. 손씨에게 21억원을 투자한 피해자 임태일(59) 씨는 “5억원을 빌려주면 (손씨가) 3일 뒤에 3000만원을 돌려줬다”며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점차 신뢰가 쌓여 손씨를 믿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손씨의 철근 유통 사업은 실체가 없었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손씨는 피해자들의 투자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받으면 자신의 기존 채무를 갚거나 이를 돌려막기 식으로 다른 투자자에게 지급했다.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폰지 사기)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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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철근 사업에 대해 의심하면 손씨는 다른 지인을 동원해 유명 건설회사 임원 행세를 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철근 납품 계약서 등 사문서 위조도 서슴지 않았다고 피해자들은 말한다. 약속했던 원리금 지급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여러 이유를 들며 원리금 지급을 미루던 손씨는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에 되려 “지금까지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피해자들은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고 말한다.
손씨에게 속아 43회에 걸쳐 43억원을 송금한 김정우(67)씨는 중소기업 사장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신세로 전락했다. 사기 피해의 후유증으로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을 앓아 3년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김씨는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재산을 잃고 아내와도 이혼해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마음을 잡았다”며 “지난해 6월 검찰이 손씨를 기소했지만 아직까지 첫 공판이 열리지 않고 있다. 제발 손씨가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임씨는 “무언가에 홀린듯 내 재산은 물론 처가 식구들에게까지 돈을 빌려 모두 손씨에게 투자했다”면서 “아내와는 진작에 갈라섰고 지금은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회복이 이뤄진다면 가장 좋겠지만 손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손씨가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외제차를 타고 골프를 즐기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과 경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의 계좌와 금융 거래 내역 등을 추적하는 등 집중 수사하고 있다”며 “피해 금액이 크고 금전 관계가 복잡하지만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데일리는 손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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