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특집] 이식인·기증자 가족이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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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특집] 이식인·기증자 가족이 보낸 편지

헬스경향 2026-03-26 11:05:00 신고

“천사가 남기고 간 선물”
“아들의 삶 이어지는 듯”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면 ‘의인’이라 부릅니다. 뇌사 장기기증은 단 한 번의 결정으로 최대 8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더 큰 의미를 지닌 선택입니다. 하지만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인구고령화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기증을 기다리다가 삶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뇌사자 장기기증의 의미와 현주소를 짚고 구조적 원인을 분석,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봤습니다.<편집자 주>

① 삼중장벽 넘어야 생명나눔 꽃피다
② 장기기증 희망등록 직접 해보니
③ 장기기증 해외사례는?
④ [좌담] 전문가들이 본 장기기증 거부의 본질
⑤ 장기이식센터 선도사례
⑥ 이식인·기증자 가족이 보낸 편지
 

국내에서는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인의 만남이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다. 감사와 그리움,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은 각자의 시간 속에 남겨진다. 이에 이식인의 가족과 기증자 가족이 남긴 편지를 통해 서로에게 닿지 못한 마음을 대신 전한다. 봄바람을 타고 전해질 이 편지에는 ‘그날의 선택’과 ‘그 이후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식인 가족이 남긴 편지(사진=서울대병원)
이식인 가족이 남긴 편지(사진=서울대병원)

■이식인 가족 편지

천사가 남기고 간 선물…그날 이후 다시 시작된 시간

“안녕하세요? 이번 기증을 통해 올해 9살 된 아들이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어요. 아들이 아직은 편지로 본인의 마음을 담기에 어려움이 있어 제가 대신 감사함을 전달하게 되었어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기증자분과 가족분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저희 가족에게는 꿈만 같은 날이에요. 이식받기 전 아들의 상황은 정말 좋지 않았기에 정맥류수술과 거뭇해진 피부를 보면 너무 괴롭고 병원 다니기조차 아이에게 너무 고통이었거든요. 지금은 피부도 정말 뽀얗게 변하고 교수님 말씀으론 정맥류도 사라지고 복수로 인해 배꼽이 혈관으로 튀어나왔었는데 예쁜 배꼽으로 바뀌었어요.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선생님께 전화가 왔을 때도 믿지 않았고 아이에게 적합하여 수술이 진행된다고 했을 땐 수술을 받게 돼 기쁜 마음이 먼저 들기보다 기증자분과 가족분들의 기증까지의 상황이 너무 상상이 되어 며칠을 울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 감정을 잊지 못해요. 너무 감사합니다. 아직은 어린 저희 아들은 천사가 주고 간 선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매일 기도했더니 천사가 선물을 주었다고 좋아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회복도 많이 되어 천사에게 받은 선물을 할아버지가 될 떄까지 잘 갖고 있겠다고 이야기도 하더라고요. 보호자로서 저희도 정말 어렵게 선물해 주신 큰 선물에 (어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신 아프지 않게 잘 관리해 줄게요.

아이가 잘 성장해 글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꼭 가족분들께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알려주겠습니다. 기증해주신 천사님께서 저희 아들과 항상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로써 받은 감사함을 (항상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선행도 많이 하고 아이에게 더 좋고 즐거운 것들 많이 느끼도록 보여주며 살아갈게요. 저희 가족에게 크나큰 선물을 주셔서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립니다.”

기증자 가족(사진=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기증자 가족(사진=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기증자 유가족 편지

아들이 선택한 ‘배려의 마음’…여전히 함께 사는 듯해

“아이들을 키울 때 늘 ‘배려’를 강조했는데 OO이는 그 마음을 타고난 아이였어요. 2남 1녀 중 막내였지만 체격이 좋아 듬직했고 어려움이 닥쳐도 스스로 헤쳐 나가는 의젓한 면모를 지녔지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로 유학한 영훈이는 여행사 미디어팀에서 일했습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촬영과 콘텐츠 제작을 맡았고 500편에 이르는 영상을 만들어 낼 만큼 열정적으로 현장을 뛰었습니다.

2012년 5월 저녁 OO이가 갑자기 쓰려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둘러 서울로 올라갔지만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장기기증 결정까지 (많이) 고심했습니다. 천주교 신앙 탓에 생명나눔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아들이 당사자가 되니 다른 차원의 결정이었습니다. 아들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어느덧 가족회의는 나흘을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평소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부모의 가르침을 성실하게 지켜온 아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가장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믿음 끝에 2012년 5월 18일 우리 아들은 심장, 폐, 간, 신장, 각막 등 7개의 장기를 기증하며 생명의 빛을 남겼습니다.

이후 한 달에 한 번 광주 인근 천주교묘원에 자리한 아들의 묘소를 찾아 무성해진 풀을 다듬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아들의 빈자리는 좀처럼 옅어지지 않는군요. 하지만 아들이 남긴 사랑이 지금도 누군가의 삶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이 마음의 그늘을 밝혀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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