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미술관, '기억'과 '감각'으로 상반기 문 연다... '기억의 실루엣'·'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 26일 동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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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미술관, '기억'과 '감각'으로 상반기 문 연다... '기억의 실루엣'·'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 26일 동시 개막

문화저널코리아 2026-03-26 07:51:15 신고

세화미술관 제공

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서울 광화문 세화미술관이 2026년 상반기 전시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26일 동시에 개막하는 기획전은 '기억의 실루엣: 형태, 이미지, 관점'과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두 편이다. 하나는 디지털 시대의 기억과 이미지가 인간의 감각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묻고, 다른 하나는 관람객의 몸과 참여를 통해 작품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는지를 실험한다. 형식은 다르지만, 두 전시는 공통적으로 오늘날 미술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보게 하고,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세화미술관은 올해 기관 의제를 '관점 전환'으로 잡았다. 이미지는 넘쳐나고, 기억은 빠르게 생성되고 소비되며, 관계 맺기의 방식 역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재편되는 시대다. 이번 상반기 전시는 그 같은 조건 속에서 감각과 인식, 기억과 참여라는 문제를 전시 언어로 풀어내는 시도로 읽힌다. 상반기 프로그램이 세화미술관의 올해 방향을 예고하는 서두라면, 8월 예정된 독일 화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대규모 개인전은 이를 국제 현대미술의 좌표로 확장하는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먼저 3층 2·3전시실에서 열리는 '기억의 실루엣: 형태, 이미지, 관점'은 기억을 저장된 정보가 아니라 감각과 경험이 중첩된 구조로 다룬다. 전시에는 서성협, 임수식, 김보민이 참여하며, 회화·사진·조각·사운드 등 총 36점이 소개된다. 세 작가는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남겨지며, 다시 이미지로 전환되는지를 탐색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목재 구조물과 사운드가 결합된 공간 작업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 전체는 '형태-이미지-관점'이라는 흐름 속에서 기억의 층위를 따라가도록 구성됐다. 책가도 형식을 변주한 사진은 사물과 이미지의 축적이 어떻게 기억의 형식이 되는지를 보여주고, 전통 산수화의 시점을 비튼 회화는 익숙한 풍경의 질서를 흔들며 '본다'는 행위 자체를 낯설게 만든다. 빠르게 떠오르고 사라지는 디지털 이미지의 세계를, 인간의 몸과 감각, 이동의 경험 속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 전시에서 인상적인 지점은 시각예술 전시의 문법을 소리와 이동의 경험으로 확장한다는 점이다. 관람객은 전시장 입구와 출구에 설치된 ‘게이트’를 지나며 사운드 아티스트 최영이 작업한 음향을 듣게 된다. 이는 전시를 단순히 보는 일이 아니라, 몸으로 통과하고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사건으로 전환시키는 장치다. 기억을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공간과 감각, 이동의 흔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전시의 주제와 형식은 긴밀하게 맞물린다.

세회미슬관 제공

반면 2층 1전시실에서 열리는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은 보다 직접적으로 관람객의 개입을 전제한다. 김예솔, 박혜인, 부지현, 이원우, 이진형, 정만영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회화·조각·공간 설치·사운드 설치 등 총 19점을 선보인다. 전시가 다루는 핵심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달라진 관계 맺기의 방식이다. 화면 너머로 연결되는 오늘의 관계를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다시 질문하는 셈이다.

 

이 전시의 작품들은 대부분 고정된 상태로 완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관람객의 움직임과 접촉, 흔적의 축적을 통해 작품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구조를 취한다. 대표적으로 김예솔의 작업 '동그라미를 잘 굴리는 방법'은 관람객이 작품을 직접 굴려 전시장 바닥과 벽면에 자국을 남기도록 구성됐다. 그 흔적은 전시 기간 내내 누적되며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가의 손에서 출발한 작업이 관람객의 몸을 거치며 다른 형태의 결과물로 바뀌는 것이다.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 생성 과정에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구조다.

이 밖에도 시각뿐 아니라 청각과 촉각을 활용해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작업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전시를 따라 걷고, 멈추고, 만지고, 반응하는 행위 자체가 곧 감상의 일부가 된다. 작품과 관람객, 전시장 사이의 경계를 고정된 것으로 두지 않고, 접촉과 반응, 흔적과 시간의 축적을 통해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셈이다. '기억의 실루엣'이 감각을 통해 기억의 구조를 성찰한다면,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은 몸의 개입을 통해 관계와 감상의 문법을 다시 쓰는 전시에 가깝다.

 

25일 열린 세화미술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만난 마동은 부관장은 "올해는 더 많은 관람객이 찾는 공간,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 부임 직후 비교적 촉박한 준비 기간 속에서도 상반기 기획전 두 건을 동시에 성사시켰다. 기억과 감각, 이미지와 참여라는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전시를 병치한 이번 구성은 세화미술관이 올해 내세운 '관점 전환'을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낸다.

 

마동은 부관장은 전시 기획뿐 아니라 운영 방식에서도 변화를 예고했다. 직장인을 위한 관람료 할인 폭을 넓히고, 아트숍 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한편,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주말 프로그램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미술관을 특정한 취향과 관람 습관을 가진 사람들만 찾는 공간이 아니라, 도심 안에서 일상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전시의 문턱뿐 아니라 관람의 문턱 자체를 낮추겠다는 방향이다.

25일 서울 세화미술관에서 선우지은 큐레이터가 기자들에게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 출품작인 정만영의 '순환하는 소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을 기획한 선우지은 큐레이터가 정만영의 '순환하는 소리'와 김예솔의 '동그라미를 잘 굴리는 방법'을 직접 시연하며 설명했다. 작품은 모두 관람객의 움직임과 개입을 전제로 작동하는 방식이어서,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참여'와 '상호작용'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정만영의 작업이 소리와 움직임의 순환 구조를 통해 감각의 흐름을 드러낸다면, 김예솔의 작업은 물리적 흔적의 축적을 통해 관람 행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전환시킨다.

 

세화미술관의 상반기 프로그램이 감각과 인식, 참여의 문제를 다루는 실험적 장이라면, 하반기에는 보다 굵직한 국제 현대미술 전시가 이어진다. 미술관은 오는 8월 독일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게오르그 바젤리츠 개인전을 연다. 국내 미술관에서 약 20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 성격의 전시로, 바젤리츠를 상징하는 '거꾸로 뒤집힌 인물' 회화를 비롯해 드로잉, 부조 등 주요 작업이 폭넓게 소개될 예정이다.

바젤리츠는 전후 독일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강한 조형성과 역사적 문제의식을 결합해온 작가다. 특히 대상을 거꾸로 뒤집어 그리는 방식은 회화가 무엇을 재현하는가보다, 회화가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이게 하는가를 묻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미지를 전복된 방식으로 제시하는 그의 작업은, 세화미술관이 올해 내세운 '관점 전환'과도 일정한 접점을 이룬다. 상반기 전시가 기억과 감각, 참여를 통해 '보는 방식'을 질문했다면, 바젤리츠 전시는 그 문제를 현대미술사적 층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같은 시기 이탈리아 베니스 조르조 치니 재단에서도 바젤리츠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어서, 작가를 둘러싼 국제 미술계의 관심과 재조명 흐름 속에서 서울 전시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도 주목된다. 국내 관객에게는 바젤리츠의 회화와 조각, 드로잉을 한 자리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편 세화미술관은 태광그룹 세화예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2009년 재단 설립 이후 '일주&선화 갤러리'를 거쳐 2017년 현재의 미술관 체제를 갖췄다. 광화문이라는 도심 입지와 기업 미술관이라는 성격을 바탕으로 비교적 대중적인 전시와 동시대 작가 중심 기획을 병행해왔다. 이번 상반기 프로그램은 그런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관객'과 '생활 속 미술관'이라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결국 이번 세화미술관 상반기 전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더 가까운 질문을 던진다. 기억을 감각의 문제로, 관계를 몸의 문제로 다시 끌어오는 두 전시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미술관이 여전히 유효한 경험의 장소가 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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