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뉴욕증시가 이란 전쟁을 둘러싼 한 달간 휴전 제안 소식에 힘입어 강세로 마감했다. 미국이 이란에 15개의 종전 조건을 전달하고 일정 기간 휴전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가 투자심리를 지지했다. 다만 이란이 “미국과 협상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으며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원유 수송로를 둘러싼 긴장을 이어가자, 장중에는 경계심이 반복적으로 표출됐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5.43포인트(0.66%) 오른 46,429.49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5.53포인트(0.54%) 상승한 6,591.90, 나스닥종합지수는 167.93포인트(0.77%) 뛴 21,929.83을 기록했다.
시장을 움직인 것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 모색’ 신호였다. 미국이 이란에 15개 항목의 종전 조건을 제시하고 한 달간 휴전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 전쟁 확전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란은 미국이 전달한 조건들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대화 자체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현재까지 우리는 (미국과) 협상할 의사가 없고 어떤 협상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재자를 통한 메시지 교환일 뿐, 그것이 미국과 협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하는 군대는 “정당한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미국의 요구 조건을 전면 거부하는 동시에 오히려 5개의 자체 종전 조건을 역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군부는 공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위협도 내놓았다. 이란 준관영 통신 타스님은 군사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영토가 공격받을 경우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또 다른 핵심 원유 수송로인 밥 엘-만뎁 해협까지 타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군부 입장을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밥 엘-만뎁 해협은 글로벌 원유·물류 흐름의 ‘목줄’로 불리는 전략 요충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기본 시각은 ‘단기 휴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국과 이란이 최소한 일정 기간 동안 교전을 멈추고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우위를 점하면서, 3대 지수는 장 마감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란 측에서 강경 발언이 나올 때마다 지수 상승 폭이 줄어드는 등 투자자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도 동시에 나타났다.
이스라엘 현지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28일 토요일 이란 전쟁의 휴전을 전격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미국의 종전 요구안이 모두 관철되기 전이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휴전을 발표할 가능성을 이스라엘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전쟁 전개 방향이 향후 통화정책과 금리 전망의 핵심 변수라는 인식이 뚜렷했다. 키스 뷰캐넌 글로벌트인베스트먼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전망이 가장 취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에너지·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되고,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여지를 좁힐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업종별로는 에너지와 부동산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오름세를 탔다. 특히 임의소비재와 소재 업종은 1% 이상 뛰며 강세를 주도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 속에서 경기 민감 업종에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미국 저가항공사 제트블루가 경쟁사와의 잠재적 합병을 모색 중이라는 소식에 13% 넘게 급등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3.40% 하락하며 5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이란 전쟁 격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 우려가 마이크론 주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가총액 1조달러를 웃도는 초대형 기술주 중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만 약보합권에 머물렀을 뿐, 나머지 대형 기술주는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AMD와 인텔은 각각 7% 이상 급등하며 반도체주 전반의 투자 심리가 살아난 모습을 연출했다.
물가 지표는 수입 물가의 뚜렷한 상승세를 확인시켰다.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3% 올랐다. 이는 2022년 3월(2.9%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에너지 가격과 달러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은 전쟁 변수와 물가 지표를 반영하며 미세 조정을 거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12월까지 기준금리가 25bp(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19.7%로 반영했다. 직전 거래일 마감 기준 28.8%에서 낮아진 수치다. 동결 가능성은 71.4%로 집계됐다. 전쟁이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투자 심리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62포인트(6.01%) 오른 25.33을 기록했다. 지수 자체는 상승했지만, 장중 잦은 뉴스 플로우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긴장 속 낙관’이라는 복합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쟁의 향방과 휴전 여부가 향후 증시와 연준의 금리 경로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과 테헤란의 다음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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