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한달] "韓 안보·공급망 취약…전략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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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한달] "韓 안보·공급망 취약…전략 마련 시급"

연합뉴스 2026-03-26 07:01: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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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7인 진단…"美 군사·경제적 기여 압박 거세질 듯"

"동맹과 국익 사이 균형점 찾아야…원자재 도입 다변화도 과제"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김동규 민선희 김철선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와 정전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을 향한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기여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주한미군 전력 차출에 따른 안보 우려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드러난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은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되, 동맹의 틀 안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민관이 합심해 원자재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경제 안보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국내 외교·안보, 통상 분야 전문가 7인이 밝힌 중동 사태 전망과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 조언.

▲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미국과 이란은 지금 당장 시간을 버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닷새'를 언급한 만큼, 양측 접촉의 향방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미국이 이란에 제시했다는 6가지 조건은 올해 초 핵 협상 결렬 당시와 비슷한 고강도 요구로, 이란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낮은 수준의 핵 합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협상이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현재 이란 내 안보 자산을 많이 제거하는 등 군사적 성과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국내 여론이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이러한 성과를 근거로 '승리 선언'을 하고 출구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현시점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 완화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기여를 요구받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유럽 국가들은 걸프 지역 방어를 위해 일정 역할을 수행해왔고, 일본 역시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구축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단순히 유럽이나 일본 대응에 따라가는 수준에 머무를 경우 차별화가 어려울 수 있다.

▲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혀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공습을 중단할 경우 이란이 공습을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출구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물론 추가 군사 행동을 위한 시간을 벌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 내 여론 등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을 길게 끌고 가는 게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점은 알고 있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가능한 것은 종전이 아니라 정전이다. 핵 문제를 포함한 핵심 쟁점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공습 중단과 배상, 재공격 금지 등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배상은 조율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제재로 동결된 이란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 등 조율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핵 문제 역시 견해차가 커 단기간 내 합의를 이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이란도 지도부가 여럿 사망하고 체제 운영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 미국이 공습을 중단한다면 전쟁을 계속 끌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 이미 국제사회 차원의 공동성명이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원의 움직임도 있는 만큼, 한국도 다자의 틀 안에서 미국 동맹국들과 보조를 맞추는 게 현실적인 대응이다. 독자적으로 군사적 조처를 하기보다는 다자 체제 안에서 역할을 조율해 나가는 게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이란 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이란전에 투입되는 비용과 무기체계 소모가 커지고 있다. 이란전 장기화 시 주한미군 전력의 추가 차출은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패트리엇 포대 등 방공체계 일부가 중동으로 차출됐다. 이후로는 방어작전뿐 아니라 공세적 군사작전을 위한 화력 투발 체계가 옮겨갈 수 있다. 미국이 지상군 투입을 결정할 경우 미 본토가 아닌 해외 주둔 미군 병력이 추가로 전개할 것이고, 이에 따라 한반도에 주둔하는 주한미군 병력까지 움직일 수 있다.

일부 주한미군 전력 일부가 차출됐지만, 아직 대북 억지력에 큰 영향을 줄 만큼의 전력 누수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다만 앞으로 주한미군 병력이 빠지거나, 추가적인 전력 차출 규모에 따라 연합 방위 태세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이와 별개로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한국군의 대비 태세를 시험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우려도 있다.

트럼프는 동맹국에 역할을 요구해왔는데, 지상군 투입이 현실화한다면 이를 계기로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역할 확대 요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전투병 파병까지는 아니더라도 군수 물자나 의무·군수·공병·수송 부문에서 기여 압박을 구체화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의 핵심축이지만, 동맹으로 인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상존한다. 월남전 당시 한국은 30만 이상의 전투병을 파병했고, 이후로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미국이 벌인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한미 동맹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인데, 정부는 동맹의 딜레마 속에서 우리의 국익과 동맹인 미국의 국익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란 전쟁이 당초 트럼프 대통령 의도대로 돌아가지 않는 형세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금리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통상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 일본, 대만 같은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더 거세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이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의 방식으로 볼 때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고 이미 관세율이나 미국의 조처는 정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통상 부문에서 오히려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이 무뎌지고 오히려 쉽게 미국의 요구가 통하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일본이나 한국,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더 거세게 가할 우려가 있다. 특히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4∼10월 사이 동맹국들의 대미 투자와 관세 세수 확보, 이를 통한 미국 내 보조 프로그램 시행 등을 선거에 대비하는 용도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

다만, 이번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위한 지원 요청과 이에 대한 각국의 반응에서 봤듯 동맹국이나 글로벌 여론이 미국에 협조적인 방향으로만 가지도 않을 것 같다.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들의 경우 미국이 자국을 지켜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상황이고, 이란과의 전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의 입지가 제한적 패권국 정도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을 위한 협조 요청과 관련해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안보 이슈로 대응해 부담을 주는 식의 조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오해가 없도록 상황을 잘 봉합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장 큰 우려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종결의 움직임과 지속의 움직임이 병존하면서 과연 전쟁이 언제 어떻게 종결될지 불확실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교역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기업이나 산업 입장에서도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체계적인 준비하기 어렵다. 현재는 유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단기 처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기적으로 이걸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볼 수 없다는 게 우리 주요 기업이나 핵심 산업의 가장 큰 고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특히 한국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동 정세 불안정에 대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이번 사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우리 경제가 받는 구조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설령 미국과 이란 간의 대타협으로 조기 종전이 되더라도 미국·이란·이스라엘 간의 근본적인 대결 구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세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불안감이 꽤 오래갈 수 있다. 따라서 종전 여부와 무관하게 원유와 원자재의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대체 루트를 확보하는 구조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나라에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현재 중동 정세와 관련한 메시지가 혼재돼 있어 종전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협상 스타일을 고려할 때 긴장을 고조시켜 유리한 조건을 조성한 뒤 전격적인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전쟁 장기화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익이 없는 만큼 어느 순간 적절한 선에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종전 여부와 관계없이 유가 상승과 원자재 조달 차질 문제는 연말까지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에 비교적 일찍 종전된다고 하더라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초크 포인트)에 대한 우리의 대응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확인한 건 나름대로 소득이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병목 지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이제 상수라고 봐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원하는 그림 하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괜히 시간을 끌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 그래야 미국 쪽에서 좀 더 안심할 수 있고 우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러·우 전쟁이 어느 정도 종료되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 들어서면서 글로벌 통상이 관세나 시장 접근 중심 흐름으로 흘러갔는데, 이제는 에너지, 물류, 원자재 등 중심의 경제 안보 중심의 통상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 최근 한 달간 특히 산업 안보, 경제 안보 중심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 아닌가 싶고, 이제는 통상이 보호무역주의나 관세만 고려한 게 아니라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까지 확장된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행히도 정부가 경제·산업·에너지 안보 등 공급망이 중요한 상황에서 컨트럴타워로서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고 본다. 최악의 위기 상황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수립해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이를 먼저 알리면서 국민과 함께 대응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정부가 이런 부분에서 돋보이는 것 같다.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서는 일본이나 대만이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데, 일본의 경우 민간 부문에서 종합상사가 식량과 에너지 쪽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강화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례로 일본의 종합상사 같은 경우 자주 확보율이 높은데, 해외에서 에너지·자원 등을 개발하면서 에너지·식량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해외에서 개발한 것을 시장 가격으로 우선하여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조항을 계약 조건으로 넣는다든지 한다. 한국도 민관이 힘을 합쳐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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