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한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소수주주의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행동도 확대되고 있다.
오는 31일 열리는 코웨이의 제37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코웨이의 지분 5.07%를 보유한 투자사 얼라인파트너스가 이사회와 별도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안을 제출하면서 기존 이사회와 행동주의 펀드의 대립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코웨이 지분에 대한 장내 매수를 시작해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해 주총부터 정관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폐지 등을 안건으로 올리며 코웨이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상법이 개정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출한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개정 상법의 적용을 앞두고 있는 올해 주총에서는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코웨이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지속가능한 주주 공동의 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 제안 안건에는 찬성, 얼라인 제안 안건에는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 코웨이 이사회, 재무 전문 사외이사 추천
이번 주총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면 상법 개정에 따른 정관 변경,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의 선임 외에도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감사위원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구성과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 선임 등의 안건이 함께 논의된다.
코웨이 이사회 측은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 전시문을 비롯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선우혜정과 정희선을 추천하고 있다.
전시문 후보는 LG전자에서 36년간 근무하며 세탁기 사업부장, CTO 산하 연구센터장, CTO 부문 자문역 등을 지낸 가전 R&D·제품기술 전문가다. 이사회는 그를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한 인물”로 평가하며 코웨이의 생활가전·헬스케어·로봇 신사업에서 기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는 정통 회계·재무·지배구조 전문가로 선정됐다. 회계학 박사인 선우혜정은 미국공인회계사(AICPA), 국민대 경영대 교수를 비롯해 국내외 기업에서 사외이사·감사위원 등을 두루 경험했다.
정희선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공인회계사·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회계법인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상장사·금융사 감사위원을 거쳤다. 이사회는 두 후보가 “회계·재무·지배구조 전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 능력을 두루 갖춘 전문가”라며 감사위원회의 기능과 경영 투명성 제고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얼라인파트너스, 기존 이사회 견제 후보 추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박유경과 심재형 후보 역시 재무와 지배구조 전문가라는 점에서는 이사회 추천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들이 사측이 아닌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유경 후보는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APG에서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 매니징 디렉터를 지낸 자본시장·ESG·지배구조 전문가로 글로벌 스튜어드십·ESG 의사결정 최전선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이사회는 박 후보의 전문성은 존중하면서도 기존 이사회 측 감사위원 후보들과 역할이 중복된다며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심재형 후보에 대해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심 후보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매트리스 회사 지누스에서 전략임원·한국법인장·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경영자 출신으로 가구·침대 산업과 렌탈과 인접한 제조·유통 비즈니스 경험을 갖고 있다.
이사회는 심 후보에 대해 “리더십과 전문 역량은 인정하나 감사위원으로서 회계·재무 전문성이 부족하고 직전까지 직접 경쟁사 사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냉각기간 부재·이해상충·기업비밀 유출 우려가 크다”는 논리로 공격하고 있다.
양측의 후보 추천을 살펴보면 이사회 측은 감사위원을 회계·재무·세무 전문가로 채우는 반면 얼라인은 자본시장·ESG 거버넌스 전문가와 경쟁사 출신 산업 전문가를 통해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 강화 목표로 하고 있다.
감사위원회가 자본배분·재무보고·내부거래를 실질적으로 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쪽 색채가 우세해지느냐에 따라 향후 코웨이의 재무·거버넌스 정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최대주주 지배권 견제 본격화
이번 이사·감사위원 선임 표결 결과는 코웨이의 사업 방향과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회사 측 후보가 대거 선임되면 넷마블을 축으로 한 기존 경영진·이사회 체제가 유지되면서 DX/AX·글로벌 확장·로봇·헬스케어·펫 등 신사업에 자본을 우선 배분하는 성장과 투자 중심 전략이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얼라인파트너스 측 후보가 감사위원·이사로 진입하면 배당·자사주 매입, 레버리지 활용,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보상체계 설계 등 핵심 안건에서 보다 공격적인 주주 중심 의제가 꾸준히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기적으로 경영진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고 갈등 비용을 키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넷마블 종속과 지배구조 할인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해 코웨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여지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얼라인파트너서의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이 삭제되지만 실제 적용은 법이 시행되는 올해 9월 이후부터이므로 이번 정기주총에서 소수주주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라인파트너스가 지속적으로 코웨이 지분을 확대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부터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최대주주 중심의 영향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코웨이의 정기주총은 향후 개정 상법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초전의 성격을 띄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개정 상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내년 주총에서는 더 많은 기업들이 최대주주의 지배권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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