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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법) 시행을 계기로 그간 지지부진했던 해상풍력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가격 경쟁 중심의 사업 구조 속 자칫 주요 공급망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태양광 산업의 전철을 밟으리란 우려도 뒤따른다.
◇2035년 25GW 보급 목표로 ‘속도’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정부와 업계는 26일 해상풍력법 시행을 계기로 해상풍력 보급 확대를 위한 작업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곧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입지 개발에 착수한다. 연내 1차 입지 후보지를 정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기존에 추진 중이던 사업에 대한 집적화단지 조건부 지정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민간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이 어려운 사업에 대해선 정부 주도 입지로 전환해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투 트랙’ 전략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0.35기가와트(GW)에 불과한 국내 해상풍력 발전설비 규모를 2035년까지 25GW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올해부터 매년 2GW 이상을 보급해야 달성 가능한 공격적 목표다.
문제는 해상풍력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만큼 국내 산업 공급망의 경쟁력은 정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풍력발전 핵심 부품인 터빈을 생산하는 국내 제조사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유니슨(018000) 2곳뿐이고 그나마 해상풍력용 8메가와트(㎿)급 터빈 공급 실적이 있는 곳은 두산에너빌리티 1곳뿐이다. 그나마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15㎿급에는 크게 못 미쳐 외국산 대비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 국내 터빈 제조사는 현재 10㎿급 터빈 기술을 개발해 첫 공급을 추진 중이지만, 사업성을 고려해야 하는 풍력발전 개발 사업자로선 이를 쉽사리 채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운 중국 업체의 진출에 따른 안보 우려도 크다. 터빈은 유럽산이 주를 이루지만 전력 케이블 등에선 이미 적잖은 중국 기업이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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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공급망 약화 우려에 내부 갈등도
이는 업계 내부 갈등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오는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차기 협회장사를 선출 예정인데 일각에서 단독 입후보한 명운산업개발이 중국을 포함한 외국산 기자재를 쓴다고 반발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명운산업개발은 전남 영광 앞바다에서 연내 준공을 목표로 364.8㎿급 낙월해상풍력을 건설 중인 국내 해상풍력 개발사다. 현재 실제 건설 중인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단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이곳 2대주주가 외국 기업(태국 비그림파워)인데다, 터빈 등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회장사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의 가교 역할을 하는 협회 회장사가 외국산에 의존한다면 국산 기자재가 더 소외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직전 회장사는 해상풍력 플랜트를 공급하는 SK에코플랜트였다.
이는 국내 해상풍력 개발사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정부가 보급 확대와 함께 1킬로와트시(㎾h)당 330원에 이르는 높은 발전단가를 150원 이하로 낮추기로 한 만큼 사업자도 비용을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는데, 그러자니 가격은 물론 기술 경쟁력까지 높은 외국산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명운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낙월해상풍력 공급망의 70%는 100여 국내 기업이 수행하고 있지만 나머지 30%는 품질과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부득이 외국 제품을 공급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앞으로 진행할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안보와 산업 경제 기여도를 고려해 최대한 국산 기자재 사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국내 공급망에 기술적 한계가 있는 만큼 외국 납품사의 국내 투자나 기술이전을 유도하는 등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제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단순히 국산 사용을 강제하기보다는 외국산 도입 때 국내 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R&D)이나 유지보수(O&M) 기술 이전 조건을 걸어 실질적 기술 축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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