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빈의 유통톡톡] 자사주 태우는 유통가···‘주주환원 vs 투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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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빈의 유통톡톡] 자사주 태우는 유통가···‘주주환원 vs 투자’ 딜레마

여성경제신문 2026-03-25 21:1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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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저PBR 유통업계의 자사주 소각 추진 현황과 자사주 소각에 따른 영향 /제미나이
저PBR 유통업계의 자사주 소각 추진 현황과 자사주 소각에 따른 영향 /제미나이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본격화하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안까지 시행되면서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영권 방어가 약해지고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정책의 배경에는 국내 기업들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자산 대비 얼마나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1보다 낮으면 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자산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PBR 구조···유통업 저평가 이유는

유통·소비재 업종은 대표적인 저PBR 업종으로 꼽힙니다. 이마트·롯데하이마트·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기업들은 PBR이 1보다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 규모에 비해 시장에서의 평가가 낮다는 의미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 되는 사업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유통업은 점포와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 비중이 높아 장부상 자산은 크게 잡히지만, 성장성이나 수익성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유통업이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산업으로, 매출을 크게 늘리기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점포를 열어야 성장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경쟁 심화에 따른 마진율 저조와 인건비·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이 큰 점도 수익성 평가를 낮춥니다. 이러한 구조가 저PBR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사주 의무 소각 시행···기업 대응 본격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이달 6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핵심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소각하도록 한 점입니다.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하고, 기존 자사주도 시행 이후 1년6개월 안에 정리해야 합니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 명확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보유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자사주는 기업이 스스로 사들여 보유한 자기 주식으로, 이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기업들이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받는 현상을 말하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지목돼 왔습니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를 줄이고 주주가치를 높이면 구조적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반응도 비교적 긍정적인 편입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유통업에서는 이런 효과가 더 크게 받아들여집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를 중요하게 보는데, 자사주 소각은 “쌓아두기보다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사주 소각은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요 유통기업들은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며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핵심 안건으로 떠올랐습니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자사주 소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매년 발행주식의 2% 이상을 소각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신세계는 2024년 1050억원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으며 오는 31일 354억원 규모의 20만주를 소각할 예정입니다. 이마트 역시 지난해 28만주를 소각하고 올해 추가로 28만주를 소각해 총 406억원 규모를 소각할 계획입니다. 

롯데지주는 분할합병 과정에서 확보한 자사주 가운데 전체 발행 보통주의 약 5%에 해당하는 물량(약 524만주)을 오는 31일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기존 보유 자사주 비중인 약 27.5% 중 일부를 정리하는 조치입니다. 기존 자사주 가치는 약 8800억원 수준입니다.

다만 롯데지주는 상법 개정에 대응해 우선 5% 수준의 소각을 결정했지만, 남은 22.5%에 대한 활용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자기주식 처분 및 보유 기준에 대한 조항 신설' 건을 이번 주총에서 가결했습니다. 해당 안건은 신기술의 도입·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자기주식을 보유 및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경영상 목적으로 소각하지 않아도 되는 우회 경로를 만들어둔 셈이지요.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층 강도 높은 방안을 내놨습니다.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자사주 제로(0%)’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 매입 후 소각까지 포함해 그룹 전체에서 약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없앨 계획입니다.

뷰티·식품 업계에서도 자사주 소각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발행주식의 3.13%에 해당하는 300만주(약 688억원)를 이미 소각했으며, LG생활건강은 자사주 64만주(약 2240억원)를 2027년까지 전량 소각할 계획입니다. 에이피알(APR)도 2024년 6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뒤 지난해 1월 이를 소각했고, 이어 지난해 2월 취득한 300억원 규모 물량 역시 같은 해 8월 모두 정리하며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식품 기업들도 같은 흐름입니다. 빙그레는 자사주 28만6672주(약 64억원)를 이달 내 소각하기로 했으며, 롯데웰푸드는 발행주식의 4.98%에 해당하는 46만3307주를 보유한 가운데 지난해 13만주를 소각한 데 이어 추가로 10만주(약 130억원)를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동원산업 역시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 7137주를 오는 5월 전량 소각할 예정입니다.

유통업계가 상법 개정에 맞춰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고 있다. /챗GPT

투자 여력 감소·외부 세력 인수 시도 우려도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그동안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온 기업 입장에서는 의무 소각이 확대되면 외부 세력의 인수 시도 등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계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비해 차등의결권 등 보완 장치를 요구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지주사 체제를 갖춘 유통 대기업들은 복잡한 계열 구조 속에서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왔는데,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응 여력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투자 여력 감소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유통업은 자사주 매입보다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점포 리뉴얼, 물류 인프라 구축, 이커머스 대응 등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이지요. 산업 특성상 잉여 현금 흐름이 확보돼야 하고, 다른 업종보다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편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대내외 불확실성도 커져 업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이 늘어나면 투자에 쓸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장기 투자보다 단기적인 주가 관리에 집중하는 ‘단기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합니다. 자사주 소각이 빠른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주요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정책이지만 유통업처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주주환원과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로 기업의 주가가 순자산 대비 몇 배로 평가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보다 낮으면 자산 대비 저평가 상태로 해석된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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