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타케시타 거리. 서울 홍대처럼 1020세대 유동인구가 몰리는 이 거리엔 유독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 농심이 지난해 6월 연 '신라면 분식'이다. 매장은 2층 규모로, 1층에는 디저트 브랜드 '요거트아이스크림의정석'이 들어섰고 우측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신라면 분식이 나타난다.
신라면 분식 내부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농심 컵라면 모양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앉아 라면과 김밥을 먹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는 동남아 관광객들이 일본 음식 대신 한국 분식을 고르는 진풍경도 펼쳐 진다.
매장 벽면에는 신라면·너구리·멸치칼국수 등 농심 대표 제품이 진열됐고, 바로 옆에는 즉석 조리기가 줄지어 있다. 고객이 직접 봉지 라면을 조리해 먹는 이른바 '한강 라면' 방식이다. 한국 유학 경험이 있다는 카호씨는 "한강에서 먹던 즉석 라면이 생각나 매장에 들렀다"며 "농심 제품 중에서는 두꺼운 면발의 너구리 제품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농심은 라면 판매량과 단순 방문객 등을 감안해 신라면 분식 월평균 방문객이 1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라주쿠 젊은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K푸드는 신라면만이 아니다. 신라면 분식 맞은편에는 토종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가 줄을 세웠다. 140석 규모 매장 안 키오스크 앞에는 주문 대기 줄이 이어졌고, 매장 한쪽에는 AI(인공지능) 포토부스와 스마트폰 케이스 자판기 등이 마련됐다. 외식 매장에 체험 요소를 더해 젊은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맘스터치 매장을 벗어나 도보 5분 거리의 오모테산도로 이동하면 K브랜드 확장은 음식에서 패션으로 이어진다. 특히 명품 브랜드가 밀집한 오모테산도 힐즈 지하 2층에는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가 들어섰다. 발렌티노·디올·끌로에 등 글로벌 브랜드가 모인 상권 안에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젝시믹스가 이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던 배경에는 일본 시장에서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젝시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매출은 전년 대비 58% 늘어난 18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일본 내 한류 소비가 K푸드에서 K패션으로 확산하는 배경으로 한일 교류 확대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을 꼽는다. 음식과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접하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거리도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양국 교류가 늘었고 SNS를 통해 양국의 음식과 패션, 문화를 접하기 쉬워졌다"며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장벽도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대한민국 국가이미지 조사에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42.2%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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