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폭스바겐의 전기 SUV ‘ID.4’를 둘러싼 배터리 리콜이 북미 시장에서 확대되면서 배터리 안전성과 공급망 관리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두 건의 배터리 관련 리콜을 각각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리콜 코드 ‘93EW(NHTSA 26V028000)'로, 총 670대 차량이 대상이다. 해당 리콜은 ‘화재 위험 경고’가 포함된 중대한 결함으로 분류되며, 배터리 모듈의 즉각적인 교체가 요구된다.
문제의 원인은 배터리 내부 양극 정렬 불량이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정렬 오류가 일부 차량에서 단락을 유발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확인됐다.
대상 차량 수는 수백 대 수준으로 제한적이지만, 폭스바겐은 해당 배터리가 장기적으로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선제적 교체 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리콜 대상 차량 소유자에게는 수리 완료 전까지 차량을 실외에 주차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서비스 센터 방문을 안내하고 있다.
배터리 팩은 차량 하부에 위치해 다수의 모듈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수리 과정 역시 배터리 전체 탈거 후 모듈 교체 및 재조립이 필요한 고난도 작업으로 진행된다.
두 번째 리콜인 ‘93EA(NHTSA 26V030000)'는 총 4만3,881대를 대상으로 하는 예방적 조치다. 이는 실제 결함이 확인된 93EW 리콜과 달리, 향후 유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SDD(Self Discharge Detection)’ 기능이다. 해당 기능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 비정상적인 전력 손실이나 셀 불균형을 감지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운전자에게 즉각적으로 경고를 제공한다.
차량이 주차된 상태에서도 BMS는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문제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리콜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배터리 공급망에 한정된 문제라는 점이다. 리콜 대상 차량은 SK온 배터리를 탑재한 북미 생산 모델에 한정되며,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부 유럽 생산 차량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돼 현재까지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의 복잡성과 함께, 제조 공정 관리의 중요성을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특정 생산 설비에서 발생한 문제를 역추적해 해당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까지 특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리콜은 특정 제조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된다. 포드 F-150 라이트닝,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 역시 배터리 관련 리콜을 경험한 바 있으며, 이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품질 관리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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