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른바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소영(20)이 범행에 사용한 약물 조합법이 온라인상에서 ‘레시피’라는 이름으로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살인 도구가 마치 요리법처럼 번져나가는 이 기이한 현상은 대중의 호기심을 넘어 모방범죄에 대한 심각한 우려마저 낳고 있다.
지난 24일, X(엑스, 옛 트위터)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소영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약물의 종류와 이름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좋아요’ 2만4000개, 조회수 약 200만회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를 ‘레시피’라고 부르며 구체적인 약물 조합법까지 정리해 공유하는 이용자도 등장했다.
급기야 “호기심에 약을 구해 술과 섞어 먹어봤는데 몸이 급격히 처지며 기절했다”는 위험천만한 후기까지 등장했다. 살인에 사용된 치명적인 수법이 누군가에게는 따라 해보고 싶은 ‘경험담’ 혹은 잠재적 범죄를 위한 ‘유용한 정보’로 변질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체적인 목록과 조합법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상세히 퍼졌느냐는 점이다. 이 위험한 정보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한 지상파 탐사보도 프로그램이었다.
최근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김소영이 처방받았다는 알약들을 자료 화면으로 내보냈다. 범행의 치밀함을 강조하고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였겠으나, 화면 속 약물은 식별 기호와 색상 등을 추론할 수 있을 만큼 여과 없이 노출됐다.
방송 직후 일부 누리꾼들은 캡처된 화면을 토대로 약물의 정확한 성분명과 제품명을 찾아내 정리표를 만들었고, 이것이 곧장 ‘살인 레시피’가 돼 온라인을 떠돌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송이 전 국민을 상대로 구체적인 살인 방법을 학습시키는 ‘범죄 가이드북’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물론,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탐사보도는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유사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범행의 ‘무엇’과 ‘왜’를 전달하는 것과, 범행의 ‘어떻게’를 보여주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선 약물의 형태를 화면에 직접 노출하지 않더라도 범행의 위험성과 수법의 교묘함은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약물을 이용한 범죄는 흉기를 사용하는 범행에 비해 심리적·물리적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범행 수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노출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언론인권센터 등 시민사회에선 범죄 수법에 대한 지나치게 구체적인 묘사는 잠재적 범죄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며 보도 가이드라인 준수를 수차례 강조해 왔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 등이 제정한 ‘범죄보도 준칙’은 ‘범죄의 수단과 방법을 상세히 묘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극단적 선택 보도 권고기준 역시 ‘구체적인 방법과 도구를 보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으며, 약물을 이용한 범죄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일각에선 범행 수단의 구체성이 아니라 처방 시스템의 허점, 약물 관리 체계의 문제, 재발 방지 대책 등 제도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이 됐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행 수법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잠재적 범죄자에게 실행 가능성의 신호를 주는 것과 같다”며 “특히 별도의 전문 기술 없이 일상적으로 접근 가능한 약물이 범행 수단이 된 경우, 구체적 보도가 모방 범죄의 진입장벽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사건 관련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최소 6명이며, 검찰 조사 결과 김소영은 자신의 소비 욕구 등을 채우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소영이 과거 접촉한 수십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소영의 첫 공판은 내달 9일 오후 3시30분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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