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의제숙의단 시민사회 참여자들 사퇴…"충분한 의견 개진 기회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마련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하기 위한 국회 기후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는 온실가스를 덜 줄이고, 나중에 더 줄이는 방안을 선택지로 제시된 것에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청소년기후행동,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등 8개 단체 소속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 의제숙의단 참여자들은 25일 성명을 통해 의제숙의단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론화위가 지난 19일 전체회의에서 시민대표단 340명에게 물을 문항 중 '시기별 감축 경로'와 관련해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을 선택지로 포함하기로 결정한 것에 크게 반발했다.
현재와 가까운 시일에는 온실가스를 비교적 조금 줄이는 대신 미래에 더 감축하는 방식은 흔히 '볼록 경로'로 불린다.
'볼록 경로'를 두고 위헌이라는 지적이 많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대강의 정량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없는 것은 위헌이라면서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시 "미래세대에 과도한 감축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라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와 세계기상기구(WMO) 등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파리협정상 목표인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최대한 이른 시점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많이 줄여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설정했다.
정부는 2035 NDC로 '2035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0∼60% 감축'과 '53∼60%' 감축을 두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53∼61% 감축'를 택했는데, 이는 '볼록 경로'를 피하려면 2035년 감축률이 53%는 돼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공론화위 의제숙의단에서 물러난 이들은 성명에서 "이창훈 공론화위원장은 볼록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을 시민대표단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면서 "위헌 소지가 있는 선택지를 시민에게 제시하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볼록 경로가 선택지에 포함된 것 외에도 촉박한 공론화 기간 탓에 시민토론회 구성과 발표자·토론자 선정, 발표 자료 검토 등이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면서 "그 과정에서 의제숙의단은 충분한 의견 개진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올해 2월 28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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