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이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가격과 실제가치 간 ‘괴리’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자금 유입이 빠르게 늘면서 ETF 시장가격이 기초자산 가치와 어긋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동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4일까지 ETF 괴리율 초과 공시는 총 949건에 달했다. 이는 전쟁 이전 한 달(1월28일~2월27일) 665건 대비 약 4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7건과 비교해도 약 209% 늘었다.
ETF 괴리율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가격과 펀드가 실제로 보유한 자산 가치인 순자산가치(NAV) 간 차이를 의미한다. 여기서 기초자산은 ETF가 추종하는 실제 투자 대상 자산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의 기초자산은 코스피200 지수를 구성하는 주식들이고, 원유 ETF의 경우 국제 유가나 원유 선물 가격이 기초자산이 된다. ETF는 주식처럼 장중 실시간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기초자산 가치보다 높거나 낮게 형성될 수 있다.
괴리율이 커질 경우 투자자는 실제 자산 가치보다 비싸게 ETF를 매수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 ETF가 기초자산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투자 성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국내 ETF의 경우 괴리율이 ±1%를 초과할 경우 자산운용사가 이를 공시해야 한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공시도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한 점을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와 주요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ETF 거래 규모도 빠르게 확대됐고 그 과정에서 가격과 실제 가치 간 차이가 벌어지는 사례가 늘었다. 특히 해외지수나 원자재 등을 추종하는 ETF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 반영에 시차가 발생하면서 괴리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이런 상황 상황 속 금융감독원도 최근 ETF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운용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ETF의 순자산가치와 시장 매매가격 간 괴리율이 확대되면서 괴리율 초과 공시가 잦아지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과도한 괴리율 확대는 투자자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운용사는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는 증권사와 협업해 장중 안정적인 범위에서 호가가 제공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 관점에서도 매수·매도 스프레드가 축소될 수 있도록 유동성 공급 업무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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