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주택공시가격이 발표되었다. 공시가격은 매년 정부가 조사, 평가해서 발표하는 부동산 가격이다. 재산세, 종부세 등 각종 조세와 건강보험료 등 부담금의 산정기준이 되고, 보상, 담보 등 감정평가의 기준이 되는, 정부가 공인하는 부동산가격이다.
언론들은 일제히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18.6% 상승하였으며, 특히 한강변 인근 재건축, 재개발 추진 단지의 경우 공시가격 상승률이 50%-100%에 육박하는 단지들이 속출하면서 보유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대비 18.6%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는 서울지역만 그렇다. 서울 외 지역의 상승률은 3.3%에 그쳤다. 제주, 광주, 대전, 대구, 충남 등 대부분 지역은 하락하거나, 소폭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서울이라도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와 성동, 용산 등 한강 인접 자치구 상승률은 20-30%에 이르나, 금천, 노원, 도봉, 강북, 중랑 지역의 경우는 상승폭이 2-4%에 불과했다. 또한 아파트와 달리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의 경우는 공시가격 변동폭이 크지않거나, 오히려 하락하기도 하는 등 지역과 주택 유형에 따라 공시가격 변동 양상에는 차이가 컸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전체 주택 유형 중 아파트 비율은 53%이며, 서울의 경우는 44%다. 나머지 56%는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등이다.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실거래가 기준 17억) 공동주택은 전체 1580만호 공동주택의 3%에 불과한 48만여호에 그쳤다. 그마저도 전년에는 31만호로 전체 공동주택중 2%에 불과했다. 집값 급등으로 인해 1년만에 50% 가까이 증가한 결과가 전체 공동주택의 3%다. 아마도 서울의 공동주택공시가격 18.6% 상승률은 바로 전체 공동주택 중 상위 3% 이내의 초고가 아파트들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전국의 공동주택 중 집중적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은 상위 2-3%에 해당하는 초고가 공동주택에 그친다. 한국부동산원 또한 공시가격의 상승률 산정방식이 총액변동방식으로 고가주택이 많을수록 상승률이 더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면서 대부분의 언론들은 공시가격 상승과 보유세 급등을 제목으로 뽑았다. 그런데 가격 상위 3% 이내 초고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상승과 이로인한 세부담 증가가 과연 전체 국민들의 주거안정문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공시가격 급등은 90%가 넘는 국민들의 주거안정과는 현저히 동떨어진 초고가주택 보유 자산가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이것이 마치 국민 대다수의 주거부담을 증가시키는 양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투기꾼의 나팔수가 됐다. 마치 대부분 주택들의 공시가격이 상승한 것처럼 편향된 보도를 하면서, 보유세가 급등하여 국민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정부 잘못이라는 것, 아파트 중심의 부동산 가격은 계속 급등하고 있다는 것을 뒤섞어 정보를 전달한다.
한국 언론에는 대다수 국민 주거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초고가 아파트 가격정보가 과도하게 넘쳐난다. 이는 현실을 왜곡한다. 극소수 주택 정보가 마치 전체를 대변하는 양 소비되면서, 90% 국민 삶의 터전은 매우 비루하고 하찮은 것처럼 여겨지게끔 한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편향되고 왜곡된 주택가격 정보는 그 자체로서 특정 소수 아파트를 투기 대상으로 만들고, 다수 국민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도구가 된다. 이 뉴스들을 보면서 시민들은 무의식적으로 부동산, 그것도 특정지역의 아파트에 편중된 확고한 확증편향이 생기게 된다.
언론을 뒤덮는 초고가 아파트 가격 정보는 결국 국민의 투기심리를 조장하는 일종의 미끼상품이다. 언론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30평대가 100억을 넘겼다며 신고가 행진을 보도하고, 원베일리 국평 72억 최고가, 60억 최고가 등 한두건의 거래사례를 대서특필하는 등 사실상 대대적으로 강남 아파트 가격 올리기 작전에 상시 돌입 중이다. 결국 언론을 뒤덮은 극소수 아파트 정보의 홍수가 마치 강남아파트 가격은 60억, 70억에 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뉴스 소비자에게 전달됐고, 이는 부동산 불패신화의 성벽이 됐다. 그러면서 이들은 강남 아파트와 같은 양호한 입지의 좋은 주택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며, 공급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이들은 90% 국민인가, 극소수 부자인가.
지난 3월 17일 국토교통부 발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전국 중위가격은 1억7500만원이다. 서울의 경우에도 중위가격은 4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1585만호의 공동주택 중, 6억 원 이하 주택의 비율이 91%이며, 9억 원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95%에 이른다. 서울의 경우에도 전체 280만호의 공동주택 중 6억 원 이하가 65%, 9억 원 이하는 78%, 12억 원 이하는 85%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 연립, 다세대주택 등의 공동주택 비율이 65%, 나머지 주택유형이 35% 정도이다. 그러니 실제로 공동주택 공시가 12억 이상의 주택 비율은 전체 국민이 거주하는 여러 유형의 주거공간들 중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90%가 넘는 대다수 국민들이 거주하는 주택시장의 지역적 특성과 개별성, 주택유형마다 나타나는 다양한 특성, 주거안정을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과 대안은 모조리 지워지고, 투기상품이 되어버린 20억 아파트 가격상승에 대한 관념만 남는다. 이같은 정보 왜곡은 한국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부동산시장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담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경발언 이후에, 언론들은 다시 보도를 쏟아낸다. 마치 냉온탕을 오가듯 이번에도 호들갑이 일어났다. '서초아파트 10억낮춘 급매물', '원베일리 84형 63억대 (가격 폭락한)매물' '반포메이플 자이 50억으로 폭락거래' 등등. 70억 거래 한건을 확고한 시세로 전제하여 기정사실로 만들어놓고, 50억, 60억 가격이 '폭락'한 가격이라면서 불안을 선동한다.
그러나 이들 주택의 실거래가 거래 패턴을 보면 언론의 호들갑은 사실과 영 동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2021년 30억대에서는 수십개 거래되던 주택이 2022년 40억 대로 오르자 거래건수가 2-3건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 중 어쩌다 1-2건 70억, 100억에 거래된 것을 정상적 실거래로 볼 수 있을까. 이에 관해서는 아무 문제제기도 일어나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만해도 래미안 퍼스티지 84평형은 18억에서 21억대를 왔다갔다 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초에는 12-13억 수준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국의 모든 아파트 가격이 2-3배 폭등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가격상승패턴이 좀 다르게 나타났다. 주거목적의 아파트가격으로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의 극소수 초고가 거래 사례를 집중 보도하는 방식의 언론 경쟁이 불붙으면서 부동산 구매 대기자의 불안심리와 투기심리가 자극돼 고가주택만 집중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런 극소수 가격 상승 사례 정보만 또다시 재생산되어 소비되면서 현실과 뉴스 정보가 괴리됐다.
이런 뉴스는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가. 지역간, 주택간 가격 양극화가 심화한다. 가격상승 기대는 초고가주택 밀집지역의 공급을 더욱 축소시킨다. 기존 초고가 주택 소유자들이 가격 상승 기대가 높을수록 자신들이 소유한 주택을 팔지않기 때문이다.
공급을 축소시키므로, 가격은 더 오른다. 부동산은 일반재화와 달리 가격상승 기대가 클수록, 가격이 상승할수록 수요가 더 증가하는 특수성을 가진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하는 극소수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가격상승기대는 수요를 증가시켜, 이들 지역으로 모든 잉여자금이 집중되도록 만든다. 지방도시의 주택과 건물 몇채를 갖고 있는 자산가들도, 신도시개발사업으로 농지를 팔아 수십억 보상금을 받은 농부도, 저층 단독주택지에서 약정매입임대주택 개발업자에게 주택을 매각한 집주인도, 변두리의 작은아파트를 팔아 매도자금을 갖고 있던 신혼부부도 모두 자신이 갖고 있는 자산이 현금화되면 초고가 아파트 시장으로 들어온다. 이런식으로 만들어진 극단적인 1-2건의 실거래가가 대표성있는 가격인양 둔갑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공화국 탈출은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핵심 중의 핵심 과제임을 강조하면서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 입안, 보고, 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히며, 부동산 정책 수립과 시행에서 주요 공직자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원천 자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이 의지가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동을 걸고있는 부동산 개혁은 대한민국이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대전환의 기점이 되는 거대한 시험대 앞에 서 있다.
마치 아파트를 짓는 것만이 부동산문제 해결 방안인양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개발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근본부터 되짚어야 한다. 헌집이 새집으로 바뀌면서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는 가격상승의 문제를, 과연 그곳에 살아야하는 서민들이 부담가능한 것인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다수 서민의 주택 환경에 관한 부동산 정보가 세심히 전달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보 왜곡을 막고, 그로 인한 투기심리 조장을 막을 수 있다. 헌 아파트를 새 아파트로 바꾸어서 돈벌게해주겠다는 얄팍한 개발공약 남발은 결국 세대간 갈등, 계층간 갈등, 지역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투기수요를 유발시켜 만들어지는 부동산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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