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기능성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며 인체적용시험(임상시험)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제도적 가이드라인 부재로 산업 전반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검증 체계가 정부 차원의 구체적 표준 없이 운영되면서 데이터 신뢰도 저하는 물론, 향후 K뷰티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을 수행하는 기관은 약 50여 곳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들 기관은 식약처에 등록할 의무가 없고 감독·관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을 포괄적으로 감독하거나 행정처분을 내릴 법적 근거 역시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시험 과정에서 이상 반응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규정이 없어 당국의 인증 및 관리 체계를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화장품 업계는 민간 시험기관과 병원·피부과, 연구센터 등 다양한 주체를 통해 인체적용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동일한 효능 검증을 표방하더라도 피험자 수, 시험 기간, 대조군 설정 등 세부 설계는 기관별로 다르게 구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만 최소 기준에 머물러 있어 서로 다른 조건에서 도출된 결과가 동일한 ‘임상시험 완료’ 문구로 광고에 활용되는 오인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화장품기업 D사 관계자는 “임상시험 결과가 마케팅에 활용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맞춰 시험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종 오인 정보가 양산되는 환경적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임상시험의 구조적 공백이 원인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시험 결과와 자료를 제출하면 기능성 입증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돼 있어 시험 설계와 수행 과정의 차이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임상실험의 도입 목적인 제품 효능·효과 및 품질의 검증·분석이 아닌,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 확보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동일한 효능을 표방하더라도 시험 조건과 방식이 다른 데이터가 시장에서 동일한 수준의 근거처럼 소비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시험 간 편차가 존재함에도 소비자는 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수치 중심의 광고가 누적되면서 제품 간 실제 차이보다 ‘임상 여부’ 자체가 구매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추세다.
식약처는 시험·검사기관에 대해 인력, 시설·장비, 품질관리 기준 등을 충족한 기관을 지정하고 숙련도 평가와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당 제도는 성분 분석이나 일부 기능성 평가 등 제한된 영역에 적용되며, 업계에서 활용되는 인체적용시험 전반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험 과정 관리나 부작용 대응 측면에서는 사전 예방적 통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부에서는 시험·검사기관 지정 사실이 효능 검증 능력으로 확대 해석되거나,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시험에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극 테스트가 이뤄지거나 동일 피험자를 대상으로 반복 시험이 진행되는 사례도 거론된다. 시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상 반응 역시 별도 보고 체계 없이 관리 밖에 놓일 수 있어, 위험 요인이 축적되더라도 제도적으로 확인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기능성 화장품 시장 전반의 신뢰와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일된 기준 없이 데이터가 광고 중심으로 소비될 경우 제품 간 변별력이 약화되고, 부작용 발생 시 리콜이나 법적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온라인 중심 유통 환경에서는 문제 제품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사후 대응 중심의 현행 체계로는 관리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전자제품 등 타 산업이 사전 인증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달리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은 예방적 안전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조라는 점도 비교 지점으로 꼽힌다. 다만 시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모든 임상 과정을 일일이 관리·검증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된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학교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시험 기준 자체는 존재하지만 수행 주체와 과정이 통합적으로 관리되는 체계는 아니다”라며 “결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는 시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나 위험 요인이 충분히 관리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백이나 주름 같은 경우에는 그 시험 절차 자료만 임상 기관에 제출하게되면 허가를 내주는 구조로 사실상 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나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 SPF 수치에 따른 논란이 발생한 만큼 이에 따른 가이드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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