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수수밭 살인, 탈옥, 호화수감…송환된 '마약왕' 박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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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밭 살인, 탈옥, 호화수감…송환된 '마약왕' 박왕열

연합뉴스 2026-03-25 02:35: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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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2016년 한국인 3명 잔혹살해…현지서 탈옥만 두 차례

'호화 생활' 교도소서 휴대전화·텔레그램으로 국내 마약 유통

한인 시신 3구 발견된 사탕수수밭 한인 시신 3구 발견된 사탕수수밭

2016년 한국인 남녀 3명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필리핀 바콜로 지역의 한 사탕수수밭.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25일 한국으로 송환되는 박왕열(48)은 필리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렸다.

최근 10년간 박왕열의 행적은 '악의 연대기' 그 자체다. 국내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를 벌이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 살인, 마약까지 범죄 궤적을 넓혀왔다.

범죄의 시작점은 2011년 다단계조직 IDS홀딩스의 1조원대 금융사기 사건이다.

한때 수산물 유통회사 대표였던 박왕열은 1만207명에게서 1조960억원을 가로챈 IDS홀딩스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하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이후 필리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던 박왕열은 2016년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이다 도주해온 한국인 3명에 은신처를 제공했다.

그러다 같은 해 10월 11일 지인인 김모씨와 공모해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이들 3명을 총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박왕열은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기회를 노리다 범행 당일 새벽 피해자들을 권총으로 겁박해 포장용 테이프로 손과 발을 결박했다. 이후 사탕수수밭으로 옮긴 뒤 총으로 3명의 머리를 직접 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살해당하기 전 박왕열의 제안으로 그가 운영하던 카지노에 3천만 필리핀 페소(당시 약 7억2천만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박왕열은 피해자와 카지노 투자 사업 문제로 갈등이 생기자 범행을 저지른 뒤 투자금 7억2천만원을 빼돌리고, 금고에서 240만원 상당의 현금을 챙겼다.

밭을 지나가던 농부의 신고로 시신은 예상보다 일찍 발견됐다.

이 사건이 국내와 필리핀 현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잠적한 박왕열은 범행 37일 만에 한국과 필리핀 경찰 꾸린 합동검거팀에 붙잡혔고, 한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공범 김씨는 국내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돼 지금도 복역 중이다.

2016년 검거되는 박왕열 2016년 검거되는 박왕열

2016년 11월 마닐라의 한 콘도에서 박왕열이 검거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왕열은 현지에서 살인죄로 수감된 이후 두 차례 탈옥을 벌였다.

2017년 3월 6일 현지 이민국 외국인 보호소에서 탈출했다가 3개월여만에 붙잡혔고, 이후 살인 혐의와 더불어 마약 소지 혐의로 현지에서 구속수감됐다.

2019년 10월 필리핀 북부 팜팡가주(州)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인근 타를라크주(州) 지방법원 법정에 다녀오던 중 달아나 1년 뒤인 2020년 10월 검거됐다.

결국 박왕열은 현지에서 징역 60년을 선고받았다.

다시 수감된 박왕열은 마약 유통업자로 탈바꿈했다. 텔레그램 활동명 '전세계'로 등장한 그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국내에 마약을 대거 유통했다.

이 마약은 국내 최대 규모 마약 공급책으로 불렸던 '바티칸 킹덤'에 흘러갔다.

역시 텔레그램을 주무대로 했던 바티칸 킹덤을 통해 마약류를 구입하고 투약한 이들 중 하나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의 지인이었다.

박왕열이 수감된 뉴 빌리비드 교도소는 돈만 있으면 약과 식료품, 옷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VIP'로 여겨지며 풍족한 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사법 시스템을 조롱하던 박왕열의 호화 교도소 생활은 결국 청와대까지 개입하며 막을 내리게 됐다.

정부가 송환 노력을 기울인 지 9년여만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달 초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약 3주 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박왕열을 거론하며 "이 사람이 지금도 교도소 안에서 대한민국으로 마약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애인도 부르고 논다고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박왕열의 신병을 넘겨받는 즉시 사법처리 절차에 즉시 착수할 방침이다.

시신이 묻혀 있던 사탕수수밭 구덩이 시신이 묻혀 있던 사탕수수밭 구덩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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