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도 정보 제공받을 권리 있어…대안 검토 없이 성급한 도입 안돼"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의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 인권위원장이 아동에게 소셜미디어(SNS)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지적하며 유럽 국가들은 이런 조치를 성급히 도입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마이클 오플래허티 유럽평의회 인권위원장은 24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과 인터뷰에서 "온라인 유해 콘텐츠라는 저주를 풀 다른 방도가 존재한다"며 아동을 상대로 SNS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비례적이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인권 전문가인 그는 SNS의 해악에서 아동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논의가 "다른 가능한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금지로 직행했다"며 "아동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기에 이는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호주가 작년 말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에 SNS 계정 접근을 차단한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 인도네시아가 비슷한 조처를 하는 등 아동을 상대로 한 SNS 규제가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덴마크, 그리스 등 유럽연합(EU) 여러 국가도 아동의 정신 건강 문제를 우려하며 SNS 접근에 연령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아동에 대한 SNS 규제를 찬성하는 진영은 중독성이 강한 SNS 접근에 대한 나이 제한이 아동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진영은 이런 조치가 실효성이 낮고 온라인 신원 확인 요구를 수반하는 까닭에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플래허티 위원장은 전반적으로 아동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정보 접근권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제한은 비례적이고 필요한 범위 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동의 SNS 접근 제한에 앞서 EU는 먼저 SNS상의 불법적이고 유해한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의 구조적 위험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법의 집행이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지역에 따라 법 집행이 단편적일 뿐 아니라 각국 정부의 의지와 역량에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같은 일부 국가는 회원국 간 규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해 EU 차원의 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요구에 따라 향후 대응 방향을 권고할 전문가 패널을 구성했고 이들은 올여름까지 결과를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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