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초가공식품(UPF)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이 남성의 생식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초기 배아의 성장 속도마저 늦춘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뮈스대 로미 가이야르드 교수팀은 24일 유럽 인간생식·배아학회(ESHRE) 학술지 '인간 생식(Human Reproduction)'을 통해 남녀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신 전후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임신 및 태아 성장 간의 관계를 추적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초가공식품은 첨가당, 소금,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및 각종 첨가물이 다량 함유된 반면, 필수 영양소와 식이섬유는 턱없이 부족한 고도 가공식품을 말한다. 일부 고소득 국가에서는 하루 식단의 50~60%를 차지할 만큼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임신 전부터 출산 후 자녀 성장기까지 부모를 추적하는 전향적 연구(Generation R Study Next Program)에 참여한 여성 831명과 남성 파트너 651명의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임신 12주 무렵 식단을 평가해 초가공식품 비율을 산출하고, 임신까지 걸린 시간, 난임 여부, 임신 7·9·11주 차 질식 초음파를 통한 배아 크기(CRL) 및 난황낭 부피 등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조사 결과, 참가자들의 하루 식단 중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중앙값)은 여성 22.0%, 남성 25.1%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 초가공식품 섭취가 가임력에 직격탄을 날렸다. 남성의 섭취량이 1표준편차(SDS) 증가할 때마다 한 달 내 임신 확률(가임력)은 10% 낮아졌으며, 임신까지 12개월 이상이 소요되거나 보조생식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난임 위험은 무려 36%나 치솟았다.
여성의 초가공식품 섭취량은 임신 성공 자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태아의 초기 발달에 악영향을 줬다. 여성이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임신 7주 차 배아 크기가 작았으며, 섭취량이 1표준편차 증가할 때 배아 크기는 평균 13%, 초기 배아 발달에 필수적인 난황낭 부피는 평균 14%나 감소했다. 이는 초기 배아의 성장 속도가 크게 저하되었음을 의미한다.
가이야르드 교수는 "이 연구는 남녀 모두의 초가공식품 섭취가 생식 결과 및 초기 배아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성과"라며 "수정 시기와 임신 전후 부모 양측이 모두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 부모와 배아 모두의 건강에 훨씬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신과 자녀 건강에 산모뿐만 아니라 부모 모두의 건강과 생활습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간과되어 온 임신 전 남성 건강의 중요성에 사회적 관심이 더욱 쏠려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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