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데 이어 최근 국회에서도 ‘석유 유통질서 개선법’이 발의됐다.
우선 정부가 30년 만에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들의 손실 보전 문제가 논란거리다. 이 제도는 주유소 등에 판매하는 공급 가격에 상한을 설정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한 조치로, 최고가격은 2주 단위로 재설정된다. 문제는 제도 시행으로 국제 유가 급등 여파를 반영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을 정유사가 직접 입증 책임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가격제 시행 이후 정유사 직영 주유소가 가격을 많이 낮췄는데 손실 보전 금액이 너무 커지는데다 일반 주유소와 상생 문제가 불거져 조금씩 가격을 올리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체마다 공급가 산정 방식과 계약 조건이 다른데 구체적인 손실 보전 기준을 정하지 않아 사실상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가격 상단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은 가격 사후정산 금지와 부당가격 인상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 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이 발의했다.
개정안은 석유 정제업자 등의 공급가액 확정 및 정산 의무를 명문화하고, 석유 정제·판매업자의 부당한 가격 인상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유사들이 석유판매업자들에게 공급 당시 통보가격을 결정·통지하고서 뒤늦게 당초 통보가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소급해 정산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취지다.
정유업계는 잇따른 가격 통제 장치가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정유업계에선 원유정제설비(CDU)를 통해 석유 제품을 1차로 생산하는데 수율이나 석유제품 생산 비율이 업체별로 다르다. 여기에 고도화 설비(FCC·수첨분해 등) 운영 여부에 따라 실제 판매 가능한 제품 믹스가 달라지면서, 동일한 원유 가격 변동이라도 업체별 원가 구조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최초에 공급가격을 확정해도 원유가격 변동 때마다 이를 일괄적으로 맞춰 계산하기가 복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도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간 시차까지 존재하는 만큼, 가격 변동 리스크를 단일 시점 가격으로 고정할 경우 정유사의 마진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기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정확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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