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영민 기자] 정부가 중동사태 장기화에 대응해 공공부문 차량 5부제와 LNG 절감, 납사 수급 통제 등 에너지 비상 대응에 착수했다. 원유 관련 자원안보위기 경보가 ‘주의’로 격상되면서 대응 범위도 수송과 발전, 석유화학 원료 부문까지 넓어졌다.
정부는 27일 석유 최고가격 2차 고시를 앞두고 가격 충격을 낮추는 한편, 원유·가스 수급 불안이 산업 원료와 생활물가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요 감축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납사 등 원료 수급 관리와 가격 충격 완화에 각각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공공 5부제·LNG 절감 병행…수송·발전부터 수요 관리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25일 0시부터 의무 시행하고, 민간은 자율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원유 수급 차질 우려가 더 커지면 민간까지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전기·수소차는 제외되며, 장애인 사용 차량과 임산부·유아 동승 차량도 예외 대상이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에는 한시적 출퇴근 시간 조정도 독려해 교통 수요를 분산할 방침이다.
석유류 사용량이 많은 기업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상위 50개 석유류 다소비 업체에 절감 계획 수립을 요청하고, 목표를 달성한 기업에는 융자 우선 지원 등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공공부문 차량 부제 적용 대상은 150만여 대, 절감 가능한 석유 사용량은 하루 3000배럴로 추산된다.
발전 부문에서는 LNG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미세먼지 영향이 적은 날에는 석탄발전 출력 상한 제약을 완화하고, 정비 중인 원전 5기를 5월까지 재가동해 가스 사용량을 낮출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7GW 이상 보급과 ESS 1.3GW 설치도 병행 추진한다.
◇납사 수출 제한 검토…석유화학 원료 수급 관리 강화
산업부는 중동산 납사 수급 차질 대응에도 착수했다. 납사 생산·도입 보고 의무화와 수출 제한,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하고, 상황이 더 악화하면 긴급 수급 조정 명령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관리 강화 방침은 납사 수급 차질이 석유화학업계에 그치지 않고 생활·산업재 생산 전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납사는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기초유분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원료여서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에틸렌·프로필렌과 합성수지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포장재와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소재 등 전방 산업과 소비재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중동 사태로 납사 수급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LG화학은 23일부터 여수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여천NCC도 올레핀 전환공정(OCU) 가동을 멈췄다. 국내 주요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도 기존 80~90% 수준에서 최근 60~65%대로 떨어졌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납사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생산·도입과 유통 단계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 2차 고시 역시 국제 가격을 기계적으로 반영하기보다 국내 시장의 급등·급락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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