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내 가족돌봄 청소년의 약 절반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돌봄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어린 나이부터 가족을 돌봐온 이들은 충분히 쉬거나 친구를 만날 개인 시간조차 부족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진로 목표와 자신감도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가족돌봄 청소년 5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을 직접 돌보며 가사 및 생계를 책임지는 청소년의 48%는 초등학생 이하 시기부터 돌봄을 맡게 됐다. 구체적으로 9세 미만이 20.1%, 9~12세가 27.9%였고 가장 높은 비율은 13~18세(37.8%)에서 나타났다.
어린 나이부터 돌봄 부담을 떠안는 현실은 주돌봄자 비율에서도 확인된다. 13세 미만 청소년의 24.1%, 13~18세의 31.9%, 19~24세의 49.5%가 가족 내 주된 돌봄 역할을 맡고 있었다. 특히 13세 미만에서도 4명 중 1명꼴로 주돌봄자 역할을 수행해 저연령대 청소년에게도 상당한 돌봄 책임이 부과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여건에 따른 격차도 뚜렷했다. 월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청소년의 절반 이상인 52.4%가 주돌봄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응답해 월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22.6%)보다 2.3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연구진은 저소득 가구일수록 대체 돌봄 자원이 부족해 청소년이 돌봄을 떠맡게 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에게 부과되는 돌봄 부담은 진로 인식과 일상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래 청소년과 비교했을 때 가족돌봄 청소년은 진로 목표와 자신감이 전반적으로 낮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희망하는 직업을 미래에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일반 청소년이 13~18세 77%에서 19~24세 81.9%로 증가한 반면 가족돌봄 청소년은 같은 기간 71%에서 64.3%로 감소했다.
청소년들이 돌봄을 수행하느라 쉴 시간을 갖지 못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40%가 자신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주돌봄자의 경우 그 비율은 52.4%까지 높아졌다.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로는 ‘친구와 놀기’(25.1%),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24.8%), ‘충분히 잠자기’(20.1%)가 꼽혔다. 특히 13세 미만 청소년은 친구와 놀기를 바라는 비율이 54.1%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19~24세는 휴식·수면과 함께 취업·학습 관련 욕구가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됐다.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은 생활비와 의료비 지원이었다. 두 항목 모두 76.9%로 가장 높은 수요를 보였고 이어 건강관리 지원(74%), 진로·취업 지원(73.1%), 주거비 지원(72.6%) 순으로 파악됐다. 돌봄 서비스 측면에서는 식사 지원(62.6%), 돌봄 지원(58.9%), 집안일 지원(58.9%) 등 일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 지원에 대한 요구가 컸다.
연구진은 “돌봄 부담이 청소년의 기본적 권리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이를 개인과 가족의 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가족돌봄 청소년을 적시에 발굴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통합 체계 구축과, 생애주기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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