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토요일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국제유가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 및 원자재 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과 같은 24시간 금융거래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 금융 시장이 휴장 중인 동안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등 블록체인 기반 거래소에서 원유·금 연동 파생상품 거래가 폭증했고, 월요일 전통시장 개장 전 최초의 가격 신호를 제공하며 기존 금융 시장을 사실상 대체한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전쟁 발발 이후 금, S&P 500 지수 등 전통 금융자산 수익률을 모두 앞질렀는데, 이 역시 24시간 열려 있는 암호화폐 시장 특성 상 지정학적 충격을 다른 자산보다 빠르게 흡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란 전쟁을 계기로 전통 금융시장 역시 암호화폐 시장과 마찬가지로 실시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말에 터진 전쟁, 가상자산 거래소 폭발…"금융을 바꾼 주말"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에 공습을 감행했을 당시 유일하게 거래가 열려 있던 시장은 가상자산 거래소였다. 전쟁이 발발하자 이들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급증했는데, 특히 암호화폐 이외에도 원유를 비롯한 실물 자산에 대한 선물 거래를 지원하는 하이퍼리퀴드의 증가세가 돋보였다.
미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전쟁 직전 일일 약 680만달러(약 102억원) 수준이던 하이퍼리퀴드의 원유 계약 거래량은 전쟁 발발 후 약 250배 폭증한 17억달러(약 2조5600억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트레이더들이 주말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원유 거래가 하이퍼리퀴드에서 폭발했다”며 24시간 접근성에 대한 수요가 탈중앙화 거래소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 금융시장 개장 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며, 정규 시장의 가격 방향을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매체 유로뉴스는 “하이퍼리퀴드의 원유 거래 가격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발표된 직후 5% 이상 급등했다”며 “전통 시장이 재개되기 전 최초의 실시간 가격 신호 중 하나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거래소가 닫혀 있는 동안 암호화폐 기반 플랫폼이 사실상 그 공백을 메웠다는 지적이다.
유로뉴스는 또 매트 호건 비트와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을 바꾼 주말”이라고 표현한 것을 인용하며 “(이란 전쟁 발발 직후 주말 동안 일어난 사건들은) 온체인 금융이 대부분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글로벌 자본 시장의 주변부에서 핵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전쟁 뒤 11% 상승…"24시간 거래가 충격 흡수"
24시간 거래 가능한 시스템이 지정학적 충격을 빠르게 흡수하며 변동성을 줄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2주 간 점차 변동 폭을 줄여나가며 S&P500 지수, 금·은 등 전통 금융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인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24일 7만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쟁 직후 6만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약 11%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금 가격이 17%, S&P500 지수가 5%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5일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비트코인이 갑자기 안전자산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이란 전쟁 관련) 뉴스 헤드라인이 나올 때마다 매도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매번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회복 시마다 더 높은 수준에서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전쟁 상황에 적응하는 모습은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 시장이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면서 “비트코인은 충격이 닥쳤을 때 유일하게 거래되는 자산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빠르게 충격을 흡수하는 ‘24시간 유동성 풀'이 됐다”고 분석했다.
◇주식도 코인처럼 '연중무휴'…"시스템 전환 압박 커져"
이런 가운데 기존의 전통 금융시장도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업체 윈터뮤트의 장외거래 책임자인 제이크 오스트로브스키스는 “비트코인이 유일하게 개장한 시장으로서 광범위한 리스크의 대리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품 시장을 포함한 더 많은 자산군이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정확한 이유”라며 “24시간 가격 발견 기능은 시장 효율성을 위한 구조적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유로뉴스는 “이란 사태 기간 중 암호화폐 플랫폼들의 성공은 기존 금융 기관들이 이를 따라잡아 24시간 운영되는 시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기존 압박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거래시간 연장 방안을 소개했다.
NYSE는 토큰화된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 대체 거래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즉각적인 결제가 가능한 진정한 24시간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나스닥은 미국 주식 거래 시간을 주 5일, 하루 23시간으로 연장하는 안을 당국에 제출했으며, 2026년 하반기 도입될 전망이다.
유로뉴스는 이어 “이러한 움직임은 24시간 운영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가하는 경쟁적 압박과, 기존 거래 시간 외에 발생하는 시장 변동성 유발 사건의 빈도가 증가함에 따른 직접적인 대응”이라며 “헤지펀드와 프랍 트레이더들이 이미 하이퍼리퀴드 및 기타 탈중앙화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거래소들은 이에 상응하는 접근성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주문 유입을 영구적으로 잃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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