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장관 겸하는 당대표에 사퇴 요구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진보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사회민주당(SPD)이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했다. 당 대표 사퇴 요구까지 나오면서 SPD와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DU) 연합의 연방정부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라인란트팔츠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SPD는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25.9%를 득표해 CDU(31.0%)에 제1당 자리를 내줬다. 2021년 선거에 비해 SPD 득표율은 9.8% 떨어진 반면 극우 독일대안당(AfD)은 배 이상 뛴 19.5%로 집계됐다.
화학·제약산업 중심지인 남서부 라인란트팔츠주는 동서독 통일 이후 SPD의 텃밭으로 꼽혔다. SPD는 1991년부터 이 지역에서 단독 또는 연립정부를 세우며 주총리 자리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주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CDU 소속 고르돈 슈니더(50) 후보에게 35년 만에 총리 자리를 내주게 됐다.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뮌헨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같은 날 치러진 뮌헨 시장선거에서 녹색당 도미니크 크라우제(35) 후보가 SPD 소속 현직 시장 디터 라이터(67)를 꺾고 당선됐다.
뮌헨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1978∼1984년 6년간을 제외하고 SPD가 항상 시장을 맡았다. 녹색당이 뮌헨 시장 자리를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SPD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끌던 녹색당·자유민주당(FDP)과 3당 연정이 붕괴한 뒤 지난해 2월 연방의회 선거에서 20.8%를 득표해 제3당으로 밀려났다.
총선에서 승리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CDU·CSU 연합과 대연정으로 불리는 연립정부를 꾸렸으나 올해 지방선거에서 줄줄이 참패하고 있다. 이달 8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선거에서는 5.5%를 얻어 의석을 배분받는 데 필요한 최소 득표율 5.0%에 턱걸이하는 수모를 당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15% 안팎까지 추락해 AfD의 절반을 간신히 넘고 있다.
SPD 공동대표 라르스 클링바일과 베르벨 바스는 잇따른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ZDF방송 설문에 따르면 라인란트팔츠주 SPD 지지자의 54%가 주의회 선거에 중앙당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공동대표 클링바일은 연방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무장관, 바스는 노동장관을 맡아 당 지도부와 내각 요직을 겸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진작 제기됐다. 클링바일 대표는 "이 문제가 솔직하게 논의되길 바란다"며 책임을 인정했으나 경기침체와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을 이유로 들면서 사퇴는 거부했다.
몇 년째 정치인 인기도 1위를 달리는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간 슈피겔은 "클링바일은 아직 당에 기여할 수 있다. 최소한 부총리 자리는 피스토리우스에게 넘겨야 한다"며 "이미 가치를 잃은 당대표는 계속 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현지 매체들은 SPD가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기 위해 연정 내에서 CDU·CSU 연합에 진보적 정책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간 벨트는 "SPD는 선거에서 패하면 왼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며 "지도부가 바뀌지 않더라도 CDU·CSU 연합에 예측 불가능한 상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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