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전례 없는 규모와 방식으로 열린 BTS(방탄소년단)의 복귀 공연이 21일 무사히 마무리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몰리면서, 공연을 위한 통제가 과도했다는 의견과 안전을 위해 감수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경찰은 최대 26만 명이 광화문 인근에 모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 기준으로 4만여 명이 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TS 소속사 하이브는 10만4000명(국내 통신사 이용자 및 외국인 알뜰폰 이용자 합산)으로 추산했다.
BBC는 23일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상인과 시민들, 그리고 공연 당일 근무한 공무원으로부터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간 행사인데... 이 정도로 동원해야 하나요?'
서울 중구청에서 주무관으로 일하는 장경환 씨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그는 공연 당일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의 보고를 받는 등의 업무를 했다고 밝혔다.
"새해에 종로 보신각 타종 행사라든지 명동 크리스마스 행사, 이태원 핼러윈 행사 등에 차출되긴 하지만, 민간 행사에 이 정도로 (공무원들이) 한꺼번에 많이 차출된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공무원노조는 공연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 왔다. 노조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대규모 행사의 안전관리의 1차 책임은 주최 측에 있다"며 "민간 안전인력 확보와 자체 계획 수립이 우선돼야 하며, 행정기관의 역할은 감독과 최소한의 공공적 지원에 한정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이 다양한 행사 안전 관리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의 행사에까지 과도한 인력이 차출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장 씨는 공무원이 꼭 필요한 안전 관리에 투입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행정력 남용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그다음 주 평일에 대체 휴무일을 갖거든요. 그러면 그만큼 업무 공백이 생기는 거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공연 당일 안전인력의 3분의 2가 공무원으로, 경찰·서울시·소방 등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1만여 명이 투입됐다. 하이브는 약 4800명을 동원했다.
'기대했는데…매출은 반토막'
세종문화회관 인근 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기보 씨는 공연 당일 매출이 절반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도로 통제로 사람들이 골목에 위치한 식당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많은 사람들이 BTS 공연을 보기 위해 광화문을 찾으면서 상권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가게 인테리어를 보랏빛으로 바꾸고, 모든 직원을 출근시켰지만 손님들은 찾아오지 않았다.
"사실 저뿐만 아니라 이 동네에 있는 사람들은 다 기대했죠…근데 교통 통제가 너무 심하다 보니까 기존에 있었던 예약도 다 취소됐어요. 오고 싶은데, (통제 때문에) 못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정 씨는 "기대보다 매출이 좋지 않아 실망스럽긴 하다"라며 "다음에 이런 행사가 있다면 동선을 좀 덜 막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한 직원도 "공연날 장사가 안돼 이 근방 분위기가 좋지 않다"라며 "사장님은 원래 여기 카페에서 팔지 않는 김밥을 300줄 준비했는데, 대부분 폐기한 걸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BTS 광화문 공연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50대 차혜령 씨는 "BTS 복귀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같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돼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파 및 교통 통제가) 참을 만한 정도였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BTS가 (공식적으로) 국가대표인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팬을 갖고 있는 그룹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국가적으로) 지원한다든지 역량을 투입하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반면 인파 대비 통제가 과도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30대 회사원 송믿음 씨는 "워낙 준비를 많이 하길래 '사람이 많이 오려나보다' 하고 걱정도 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보니) 우려가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송 씨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다음에는 좀 더 정확한 인파 예측과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20대 대학생 이미경 씨는 광화문을 포함한 서울 여행을 계획했다가 BTS 공연으로 일정을 미뤘다.
이 씨는 BTS 복귀가 기쁘다면서도 "굳이 이렇게까지 (통제)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BTS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니까 국가 차원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겠지만, 굳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광화문 광장에서 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것"이라며 "시민 안전과 관련해서는 부족한 것보다는 과한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영상: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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