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하 국외재단)은 2026년 1월 기준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29개국, 약 25만6천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처음 도쿄대에 있는 ‘조선왕조실록’ 등의 실태를 발표하면서 국외 소재 현황은 7만4천434점이었다. 이를 인용해 당시 공중파에서 ‘위대한 유산 74434’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국외재단의 연도별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이후 평균 1만점 이상이 추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 약 11만점이 있으나 쇼비대학의 하야시 요코 교수는 ‘한반도에서 유입된 유물이 30만점에 이를 것’이라고 한 점에 비춰 아직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 결과다. 일본의 경우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 소장이 80%에 이른다는 점에서 현황 조사의 어려움이 있다.
1945년 광복 후 약 1만3천점을 12개국으로부터 환수했다. 환수 방식은 다양하다. 일본과의 정부 협상을 해 ‘반환’받고 미국과 수사 공조를 통해 ‘압수’하고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의궤는 ‘대여’하고 독일의 로텐부르그박물관은 문인석을 자발적으로 ‘기증’하고 경매 등 시장에 나온 것을 ‘구입’하기도 한다. 민간은 ‘기증’, ‘기탁’, ‘구입’ 의 방식으로 1천여점 을 환수했다.
최근의 환수 경향을 보면 과거 불법적으로 반출된 것을 정부 협상 등을 통해 반환받기보다는 시장에 나온 개인 소장품을 경매 등의 방식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6·25전쟁 때 미국으로 반출된 ‘신흥사 시왕도’와 ‘송광사 오불도’는 불법 취득 사례가 밝혀짐으로써 협상을 통해 반환됐지만 ‘앙부일구’,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등은 구입한 사례다.
그러나 구입 환수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난다. 2017년 프랑스 경매에 나온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은 1866년 병인양요 때 반출된 것으로 의심돼 과거 약탈품을 구입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최근 프랑스 상원의회에서 1815년(빈회의)부터 1972년(유네스코 문화재 협약) 사이에 획득한 유물 가운데 약탈, 도굴, 강압에 의한 매매 등의 경우 반환한다는 ‘문화재 반환 프레임워크 법안(Loi—cadre)’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하나는 ‘비싼 구입’이다. 최근 방송사 보도에 따르면 국외재단은 경매에서 앙부일구는 예상가의 18배, ‘강노초상’은 31배, 덕온공주 ‘동제인장’은 9.5배 비싸게 구입했다고 한다. 대체 불가한 유산의 중요성과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는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정부’의 개입은 상대에게 호재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정량적 해결’보다는 민간을 활용한 ‘정성적인 해법’을 제안한다. 정부는 예산이라는 굴레에 묶여 제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중요한 유산이 예산 몇 10만원 차이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사례나 예상가보다 높은 비용으로 구입하는 이유도 ‘정량적 해결 만능이 낳은 결과다.
손재형 선생은 ‘국보 세한도’를 돌려받기 위해 전쟁의 한복판인 도쿄로 가서 100일 동안 소장인을 만나 문안 인사를 한 결과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이 가져가는 것이 맞다”며 한 푼도 받지 않고 돌려준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
문화재는 사물이지만 유산은 정신이자 역사다. 유산은 ‘정신적 인격체’로 ‘정성’을 다해야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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