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요청했다. 19일 이후 ‘해협 봉쇄 규탄 및 안전한 통항 확보’ 공동성명에 22개국이 동참했지만 어느 국가도 공식적으로 호르무즈에 해군 함정의 파견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자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을 주지 않는 분쟁에 개입하는 데 대한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대 단위 해외 파병은 정부의 파병 결정 및 국회 동의, 파병 준비 및 이동, 현지 임무 수행, 교대 및 철수 단계로 진행된다. 정부가 결정해도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파병이 이뤄지지 않으므로 국회에서 파병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파병 여부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기도 전에 파병의 규모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파병을 기정사실로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파병 여부를 공식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전쟁의 목적과 성격이 법률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해외 파병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면 참전으로 인한 인명 및 재원의 희생이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의 명분, 목표, 일정을 일관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의 종결 시점과 방식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참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먼저 발표했기 때문에 파병 요구의 법적 효력에 대한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17일 국회 질의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메시지 외에 공식적인 절차와 문서를 통한 공식 요청은 없었다고 답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요청이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라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전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전화 통화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안전에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에 조 장관은 미국의 요구가 어느 정도 공식적일 수도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동맹국의 동향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은 전쟁 발발 직후 이란이 자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미군 항공기의 자국 내 기지 이용을 불허했다. 이 전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 독일도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에 불참했다.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프랑스도 미국과의 연합작전을 거절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도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전투 중인 지역에 자위대 파견을 제한하는 평화헌법 9조로 인해 정전 합의가 정식으로 이뤄지기 전까지 자위대 파견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파병이 우리 군의 대북 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이 이달 초 패트리엇 및 사드 미사일의 일부를 중동으로 반출한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군의 재래식 전력이 북한 핵을 억제하는 데 충분하므로 방공무기의 해외 유출로 인한 대북 억지 전략에 장애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무기 비축량을 전쟁 전으로 회복하는 시간과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파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파병이 불가피할 때는 작전 규모와 기간을 최소화하는 차선책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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