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증축·관리 부실…대전 공장 화재, ‘예고된 인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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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증축·관리 부실…대전 공장 화재, ‘예고된 인재’일까

투데이신문 2026-03-23 16:47: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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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문평동 소재 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2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문평동 소재 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노동자 14명이 목숨을 잃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참사를 두고 현장에서는 사측의 무단 증축과 반복된 안전점검 미비, 형식적 관리가 겹쳐진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년 전 유사한 산업재해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현장 안전 실태와 관리·감독의 허점이 또다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산업안전 제도의 실효성과 책임 규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전경찰청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합동으로 23일 오전 9시부터 수사관 등 약 60명을 투입해 대전 안전공업 본사와 공장 및 대표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관계자 PC 등을 확보해 화재 방지 및 대피 조치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또 화재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서류와 관계자 휴대전화 등도 압수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사망자 9명이 발견된 헬스장(탈의실)과 관련해 도면에도 없는 무단 구조 변경이 펼쳐진 과정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1시 7분께 대전 대덕구 문평동 소재 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나 14명이 목숨을 잃고 60명이 다치는 등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께 “옆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안전공업 동관 1층에서 시작된 불길은 작업장 집진시설 내부에 쌓여 있던 슬러지와 샌드위치 패널 등 가연성 자재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며 순식간에 2층까지 번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이 에어매트를 설치할 틈도 없이 근무 중이던 직원들은 창문 밖으로 몸을 던질 만큼 상황은 긴박하게 펼쳐졌다. 국가 소방력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화재 발생 약 10시간 30분이 지난 당일 오후 11시 48분이 돼서야 완전히 꺼졌다.

실종됐던 14명은 이튿날 오후 5시 2층 물탱크실 입구에서 마지막으로 3명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희생자 가운데 9명은 2층 복층 구조의 헬스장(휴게실)에서 발견됐는데, 해당 공간은 도면에도 없는 무단 증축 구역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안전공업 노동조합 측은 이번 화재가 단순 사고가 아닌 구조적 안전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사측과의 관련 회의 등에서 집진시설과 환기·배관 등 화재 위험요소에 대한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도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장 내부에 절삭유로 인한 기름때들이 많았고 배관에도 슬러지(먼지)가 많아 이를 통해 급격히 불이 번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정황도 파악됐다. 한 달여 전 해당 공장을 둘러싸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위험물 취급 관련 민원이 제기됐으며 소방당국 역시 1등급 위험물인 나트륨의 반입·취급 기준 위반 사실을 확인해 시정 조치에 나선 바 있다.

2024년 23명의 사망자를 낳은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당시에도 리튬 배터리가 불길을 키우며 위험물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화재가 아리셀 사고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3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공장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 국과수, 소방, 경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3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공장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 국과수, 소방, 경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공장 내부의 불법 증축 구조가 근로자들의 대피를 가로막았는지 여부는 향후 경찰 조사 등을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화재 발생에 시민사회·노동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소방안전 체계를 성능 중심으로 전면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구안실련은 “지금의 대한민국 소방 시스템은 ‘설치 중심 행정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반면 선진국은 ‘인명안전을 위한 공학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며 “이 차이를 바꾸지 않는 한, 제2, 제3의 대형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더 이상 형식적 개선에 머물지 말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근본적 구조 개혁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도대체 몇 번이나 이런 비극과 분노, 그리고 ‘재발 방지’의 다짐이 반복돼야 하는가”라며 “이천 물류창고, 평택 냉동창고,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이후에도 비극은 되풀이되고 책임과 대책은 늘 뒤늦게 따라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다짐이 아니라 현장을 바꾸는 실질적인 변화”라며 “위험요인을 방치한 책임을 끝까지 묻는 것과 동시에 정부와 기업이 산업현장의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기업 자율규제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가 변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건국대 소방방재융합학과 이향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행 구조에서는 기업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안전관리 투자를 줄이거나 불법 증축을 신고하지 않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며 “안전관리를 기업 자율에 맡기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정부 차원에서 보다 강력한 규제와 조례 정비가 필요하다. 단순한 개선 권고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제재와 관리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이번 사고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중대한 재난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정책적 결단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조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유가족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을 전담 소통 담당관으로 지정해 상시 소통 창구를 운영하고 사고 수습과 조사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22일 진행된 관계기관 합동감식에 유가족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재해 원인 규명 전 과정을 공개해 유가족이 조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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