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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부가 23일 발표한 중동상황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을 따르면, 두바이유는 2월 27일 71.24달러에서 3월 19일 166.80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3월 배럴당 71.47달러에서 3월 23일 장중 113.50달러로 56.6% 급등했다. 서브텍사스산원유(WTI)도 같은 기간 67.94달러에서 99.98달러로 49.2% 상승했다.
이날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두바이유와 브렌트유·WTI의 가격 차이가 역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면서 “이 같은 가격 괴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두바이유 선물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상승 속도만 놓고 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도 훨씬 가파른, 유례없는 속도”라고 평가했다.
가스 시장도 불안 심리가 짙다. 지난 20일 장 마감 기준 아시아 JKM 가격은 22.73달러로 전날보다 10.6% 떨어졌고, 유럽 TTF 가격은 20.07달러로 3.6% 하락했다. 미국 헨리허브(HH)는 3.10달러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양 실장은 “중동·호르무즈, 카타르의 영향이 큰 아시아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동북아 LNG 가격 지표인 JKM 스팟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서도 “미국은 셰일가스 기반으로 공급이 충분한 분리 시장이라 상대적으로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2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국내 유가가 다소 안정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23일 오전 7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19.55원으로 최고가격제 시행일(1898.78원) 대비 약 79원 하락했고, 경유는 같은 기간 1918.97원에서 1816.09원으로 약 103원 떨어졌다.
정부는 향후 UAE와의 협상을 통해 확보한 2400만 배럴의 긴급 물량을 핵심 안전판으로 제시했다. 이 물량은 우리나라 일일 원유 소비량의 8배 이상으로, 정부는 현재 석유 수급 위기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실장은 “푸자이라항를 통해 선적한 원유 400만 배럴이 3월 말과 4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들어오고, 나머지 1800만 배럴도 4월 초·중·순에 순차 입항할 것”이라며 “각 정유사도 홍해, 얌부항, 오만, 미국 등으로 항로를 돌려 대체 물량을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4월에 도입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비축유와 대체 물량을 합치면 4월 수급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간 원유 재고 및 비축유 방출 기준에 대해서 양 실장은 “민간 재고는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고, 대체 물량 확보 상황까지 감안해 민간 재고가 언제 바닥나는지 내부적으로 파악해 둔 상태”라면서도 “기업별 재고는 영업정보라 구체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4월 중 비축유 방출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정유사들과 기준을 협의 중이며, 4월 전에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호르무즈 봉쇄는 납사(나프타) 수급난으로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셧다운 공포’로 번지고 있다. 국내 납사 수요의 약 54~55%는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 45%는 해외에서 직접 수입하고 있다. 현재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정유사 대신 해외 직수입에 의존하는 업체들이다.
양 실장은 “중동 상황이 장기화되고 납사 수급이 어려워 석화 업계가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다”며 “업계는 중동 외 대체 수입처를 찾고 있고, 정부도 대체 수입 시 추가 비용 지원 등 방안을 추경에 반영해 납사 수급을 세심히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비축유 방출과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 정유사가 수출하던 납사 물량을 국내 석화 기업에 우선 공급하고, 비축유에서 생산되는 납사도 골고루 배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러시아산 원유 도입에 대해서는 국내 정유사들이 신중한 입장이라고 양 실장은 전했다.
이처럼 중동 사태로 원료 수급에 대한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이날부터 공급망 지원센터를 가동한다. 산업 생산 활동에 밀접한 30~40개 품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공급망 애로 해소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양 실장은 “충분한 비축유와 우방국과의 공급망 협력, 비상 매뉴얼에 따른 대체선 확보로 단기 충격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서도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 대비해 원유·가스·산업 공급망 전반에 대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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