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vs 조종사노조, 합병 앞두고 '서열제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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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vs 조종사노조, 합병 앞두고 '서열제도' 갈등

프라임경제 2026-03-23 11:34: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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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 조종사노동조합이 2024년 단체협약 및 2025년 임금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는 지난해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재교섭에 들어갔지만 핵심 쟁점에서 끝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조종사 서열제도(Seniority System)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향후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5개월 동안 12차례에 걸쳐 회사와 재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고 23일 밝혔다. 

2025년 8월 당시 노조 2기 집행부가 합의한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되면서 교섭은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이후 새롭게 출범한 3기 집행부가 조합원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요구안을 마련해 재교섭을 추진했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재교섭 과정에서 총 16가지의 새로운 안건이 제시됐다. 조합원 의견을 반영해 합병 이후 조종사 인사 체계와 직결되는 서열제도 문제와 복지 저하 문제 해결이 핵심 요구사항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기존 잠정합의안에서 일부 수정하는 수준 이상의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교섭에서 가장 큰 쟁점은 단체협약 24조에 명시된 운항승무원 서열순위제도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단체협약에는 회사가 노사 합의로 정한 서열제도를 준수하도록 규정돼 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이후 적용될 조종사 서열체계를 노사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조직쟁의부위원장 윤용만 기장(왼쪽), 대외협력부위원장 박상모 기장이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서열제도는 조종사 인사 체계의 핵심 기준으로 꼽힌다. 조종사 승진, 기종 전환, 비행 스케줄 배정 등 대부분의 인사 운영이 서열 기준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사 합병 과정에서는 두 조직의 서열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가 노사 갈등의 주요 변수로 작용해 왔다.

노조는 합병 이후 조종사 서열체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을 경우 인사 갈등과 조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조종사 인사 질서가 흔들릴 경우 운항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노사 합의를 통해 합병 이후 적용될 서열 기준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요구다.

반면 대한항공은 서열제도 논의 자체를 단체교섭 안건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서열제도 문제를 경영진의 고유 인사권 영역으로 보고 교섭 안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시점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양사 합병은 오는 12월 완료가 예정돼 있으며 이후 통합 항공사 체제 구축 과정에서 조직 통합과 인사 구조 정비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종사 조직은 항공사 운영의 핵심 인력이라는 점에서 인사 체계 통합 과정이 노사 관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항공사 사례에서도 합병 이후 조종사 서열 통합 문제는 장기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교섭 결렬 이후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와 김포국제공항 일대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노조 내부 여론조사에서는 다수 조합원이 장외 투쟁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합병 이후 항공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조종사 서열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회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조종사 조직의 갈등이 확대될 경우 통합 작업에도 일정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임단협 결렬은 단순한 임금협상 문제를 넘어 합병 이후 인사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조종사 조직의 서열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에 따라 향후 노사 관계의 방향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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