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빚 늘린 정부, 총부채 6500조 시대 열었다…물가 잡으려는 한은과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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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빚 늘린 정부, 총부채 6500조 시대 열었다…물가 잡으려는 한은과 ‘엇박자’

직썰 2026-03-23 11:31: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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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비금융부문 신용(국가총부채)은 6500조5843억원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비금융부문 신용(국가총부채)은 6500조5843억원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직썰 / 안중열 기자] 대한민국 총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6500조원을 돌파했다. 민간 부문이 고금리 장기화의 여파로 빚을 줄이며 버티는 사이, 정부부채가 이례적인 폭증세를 보이며 거시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통화당국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 운용이 잦아들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경제 체질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재정건전성 회복과 전방위적인 부채 구조조정을 향한 속도감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진 배경이다.

◇민간 허리띠 졸라맬 때 정부는 팽창…총부채 6500조 시대 개막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비금융부문 신용(국가총부채)은 6500조58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3분기 말(6220조5770억원) 대비 약 280조원(4.5%) 늘어난 수치로, 국가 총부채가 사상 최초로 6500조원 고지를 밟았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부채 증가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가계부채(2342조6728억원)와 기업부채(2907조1369억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3.6%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억제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정부부채는 1250조 7746억 원으로 무려 9.8%나 급등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민간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안간힘을 쓸 때, 오히려 정부가 총부채 팽창을 주도한 형국이다. 그 결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48.0%까지 치솟으며, 국가 경제 규모의 2.5배에 달하는 거대한 빚을 지게 됐다.

◇1년 만에 5%p 뛴 정부부채 비율…한은 “물가 상승 압력 키워”

부채의 절대적인 규모 이상으로 우려를 낳는 것은 가파른 증가 속도다. 국제금융협회(IIF) 산출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말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8.6%를 기록했다. 2024년 4분기 말(43.6%)과 비교해 단 1년 만에 5.0%포인트 뛰어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122.8%)이나 일본(199.3%) 등 주요 기축통화국과 비교하면 절대적 수치는 낮지만, 단기간의 상승 기울기가 유독 가파르다는 점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정부 지출 확대가 곧바로 시중 유동성을 늘려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 간의 엇박자 위험성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물가 안정을 도모해야 할 시점에 확장 재정이 인플레이션 불씨를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 기조는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기대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한 재정 지출이 물가 안정이라는 통화당국의 최우선 과제와 충돌할 수 있음을 짚은 셈이다.

나아가 한은은 “추가 지출 확대 등으로 재정건전성 우려가 심화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정부의 빚 의존도 심화를 강하게 경계했다.

◇한계 다다른 빚더미…재정준칙 법제화·구조조정 ‘수술대’ 올려야

민간 부채 상황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살얼음판’이다. 지난해 4분기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4%로 전 분기(90.2%)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IIF 조사 대상 62개국 중 캐나다(100.4%)에 이어 세계 2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기업부채 비율 또한 110.8%로 뚜렷한 상승 곡선을 유지하며 실물경제를 짓누르는 양상이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가계, 기업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이고 강도 높은 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국가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지출 한도를 법으로 엄격히 묶는 ‘재정준칙’ 도입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오랜 기간 국가 채무의 구조적 증가 문제를 짚어온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복지 지출 확대를 우려하며, 구조적 지출 통제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 때문에 의무지출 증가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정부만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에 따라 미래 세대의 부담을 적절히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우리도 살고 미래도 살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서는 차주의 상환 능력 범위 안에서만 대출을 취급한다는 대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예외를 두는 땜질식 처방을 비판하며 엄격한 규제 적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가계부채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예외 대상 축소와 함께 일관성이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부문에서는 시중 자금이 생산적 영역으로 흐르도록 금융 생태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사업과 연구개발(R&D) 등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에 자본을 집중하는 한편, 연명에 급급한 한계기업은 과감히 솎아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소속으로 구조조정 정책을 자문해 온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김 교수는 “한계기업은 경제 효율성을 감소시켜 국가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업 부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업 구조조정 지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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