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비트코인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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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비트코인 '약일까 독일까'

한스경제 2026-03-23 10: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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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미국 백악관과 상원의원들이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의 최대 쟁점으로 꼽혀온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조항을 둘러싸고 잠정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의원들과 백악관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잔액 기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에 원칙적으로 뜻을 모았다. 다만 거래나 특정 활동에 연계된 보상은 허용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은행권 반발·업계 저항...수개월 교착 끝 쟁점 봉합

이번 합의를 주도한 민주당 소속 앤절라 올스브룩스 상원의원은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대한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며 “가상자산 혁신과 은행 예금 안정성을 함께 지키기 위한 타협”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수개월간 입법 논의를 가로막아 온 핵심 쟁점이 풀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고이율을 앞세워 사실상 예금 대체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대규모 자금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재무부 연구 역시 이런 우려의 근거로 활용돼 왔다.

업계 반발도 적지 않았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나쁜 법을 만드느니 차라리 법이 없는 편이 낫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고 이후 상원 은행위원회의 조문 심사도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코인베이스 입장에선 스테이블코인 이자 수익이 핵심 사업모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합의가 곧 최종 결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올스브룩스 의원은 은행권과 가상자산 업계 모두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타결은 장기 교착 상태를 깨는 첫 단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 낙관론 “규제 명확성 자체가 호재”...스테이블코인 매력 약화 전망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낙관론은 무엇보다 규제 명확성에 의미를 둔다. 클래리티 액트는 스테이블코인 이자 문제에 그치지 않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전반을 ‘디지털 상품’으로 규정하고 감독 권한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도 한층 분명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선 이번 합의가 비트코인에 구조적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클래리티 액트 입법 진전이 침체된 비트코인 시장을 되살릴 “궁극적인 불꽃”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증권법 위반 우려로 시장 진입을 주저했던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대형 기관투자가의 유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상원과 백악관, 업계 간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적 명확성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도권 금융의 참여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비제도권 자산의 제도권 편입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선 이자 금지 조치가 오히려 자금을 비트코인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보유만으로 수익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변동성 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 비관론 “유동성 기반 약화 우려”

반면 비관론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가 시장 유동성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 내 자금 대기처이자 거래의 핵심 매개 수단인데, 여기에 대한 투자 유인이 줄면 시장 전체의 자금 순환이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콜린 버틀러 메가 매트릭스 시장 책임자는 “적격 스테이블코인의 수익 지급을 금지하는 것은 미국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 당국을 소외시키고 자본의 규제 밖 이탈만 가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자 수익을 원하는 자금이 미국 규제 체계를 우회해 해외나 탈중앙화금융(DeFi) 프로토콜로 이동할 경우 미국 내 가상자산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해외 경쟁국 반사이익 가능성도

해외 경쟁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드웨어 지갑 업체 레저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임원은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이자를 금지하면 싱가포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자형 디지털 자산 프레임워크를 준비 중인 국가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디지털위안(CBDC) 등과의 글로벌 디지털 화폐 경쟁 구도에서도 미국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규제 범위가 예상보다 넓어질 가능성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법률 고문 출신인 토드 필립스 조지아주립대 교수는 최근 규제 흐름과 관련해 “미 통화감독청의 제안이 의회가 요구한 수준보다 훨씬 앞서 나갔다”며 “규제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라고 지적했다.

▲ 절충론 “전면 상승보다 선별 재편”...4월 상원 심의 관건

이 같은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절충론도 제기된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일제히 상승하기보다 자산별로 명암이 갈리는 선별적 재편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클래리티 액트가 통과되더라도 시장 전체가 동반 수혜를 입기보다는 선별적 구조 재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국 규제 체계 안에서 가장 명확하게 분류될 가능성이 큰 비트코인이 다른 알트코인보다 먼저 기관 자금을 흡수하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남은 최대 변수는 입법 일정이다. 케이티 하운 하운벤처스 CEO는 “법안이 의회 표결에 부쳐질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진짜 관건”이라며 “신속한 입법 추진이 이뤄지지 않으면 논의가 다시 표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이제 다음 달 상원 심의 일정에 주목하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가 4월 말 본격 심의에 착수할 경우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 시장이 주목해야 할 것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조항 그 자체가 아니다”며 “이번 합의가 클래리티 액트의 전면 통과로 이어지느냐 여부가 비트코인 가격의 실질적인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어 “이자 금지 합의라는 사실 자체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 이번 타결이 수년간 이어진 입법 공백을 메우고 비트코인을 ‘디지털 상품’으로 공식 인정하는 길을 열 수 있을지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시장이 진정으로 기다려온 신호는 이자 조항의 타결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법적 지위가 마침내 확정되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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