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증시가 70년 만에 꿈의 지수로 불리던 ‘코스피 5000’ 시대를 열었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5000 이후 무엇이 필요한가’로 옮겨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다. 코스피 5000이 일회성 이정표에 그치지 않고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제도적·산업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는 정부와 기업, 투자자 모두의 역할이 요구된다. 본 기획은 자본시장 체질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글로벌 자금 유입을 위한 조건, 개인·연기금·외국인 투자 환경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스피 6000’을 향한 현실적인 조건과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직썰 / 최소라 기자] 국내 증시가 개인 투자자 중심의 단기 매매 구조에 갇히며 불안정한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단기 수급이 기업 가치(펀더멘털)를 압도하는 현상이 고착화하면서 장기 투자 자금의 유입을 막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심화시키고 있다.
◇널뛰는 증시, ‘단타’가 변동성 키웠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평균 주식 회전율은 2%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0.86%)과 2월(1.65%) 대비 급등한 수치다.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비중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식을 짧게 보유하고 자주 매매했음을 의미한다.
빌려서 투자하는 ‘빚투’ 규모도 상당하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조 4875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5월 30조 원을 넘어선 이후 고공행진 중이다.
이러한 단기 매매 집중 현상은 시장의 맷집을 약화시켰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IX)는 이달 초 30선에서 최근 80선까지 치솟으며 급등락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와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시장 일시 중단)가 잇따라 발동되는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금융당국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자 증권사에 신용융자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매매 중심의 구조는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꺾고 주가를 저평가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불공정 거래 엄단으로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상법 개정·배당세제 개편…주주가치 제고 ‘총력’
정부는 시장 체질을 개선해 단타족을 장기 투자자로 돌려세울 방침이다. 우선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집중투표제를 확대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올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은 165개로 지난해(70개)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도 핵심 카드로 꼽힌다. 고배당 기업 주주에게 최대 30% 수준의 분리과세를 적용하면 기업의 주주환원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를 직접 줄여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라며 “시장 프리미엄이 더 크게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SA·ETF 등 ‘묶어두는 투자’ 환경 조성
세제 혜택을 통한 자금 유입 유도책도 강화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상품의 인센티브를 강화해 장기 투자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절세 수단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장기 자금의 핵심 통로다. 주식·펀드·예금 등 다양한 자산을 한 계좌에서 굴리는 ISA는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2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초과분은 9.9%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정부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 공시 확대 등을 병행한 시장 신뢰 회복 구상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단순한 부양책이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의 행태를 바꾸는 리레이팅(재평가) 전략”이라며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동성 공급 순기능…“실증적 접근 필요” 제언도
단기 매매의 순기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거래를 활성화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기 매매가 변동성을 키우기도 하지만, 거래를 활발하게 만들어 오히려 변동성을 완화하는 면도 있다”며 “모든 투자자가 장기 보유만 하면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제 인센티브를 설계할 때 시장 구조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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