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中, 신뢰의 韓…피지컬 AI 진검승부의 시간[왓츠 인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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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中, 신뢰의 韓…피지컬 AI 진검승부의 시간[왓츠 인 차이나]

이데일리 2026-03-23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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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진 맥스밸류 캐피털 CEO] 최근 수억 명의 중국인이 시청하는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의 춘제(음력 설) 특집 TV쇼 ‘춘제완후이’(春節晩會·춘완) 무대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올랐다. 로봇들은 무술 동작을 선보이고 군무를 소화했으며 콩트와 단편 연기에까지 참여했다. 기술 전시회가 아닌 국민 축제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장면은 중국이 최근 강조해 온 ‘신질생산력’(New Quality Productive Forces)이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각인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인프라 위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성과를 대중의 일상 감각 속에 이식하려는 시도다. 서구의 반도체 봉쇄가 오히려 자국 기술의 독자적 진화를 앞당겼다는 점에서 중국 매체들이 이를 ‘봉쇄가 빚어낸 역설적 성과’로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술은 이제 산업 경쟁력을 넘어 체제의 자기 증명 수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이번 춘완 무대는 이러한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과 H2는 무술 연기와 고난도 동작을 소화하며 3년 연속 춘완 무대에 올랐다. 유니트리는 이번 공연을 완전 자율 휴머노이드 군집 무술 퍼포먼스로 규정했다. 쇼가 아니라 기술 증명이라는 선언이다. 유니트리 로봇은 연구실과 공장 현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 옵티머스의 대항마로 자리 잡고 있다.

AI 구현 로봇으로 춘완 무대에 참여했던 중국 로봇기업 갤봇의 모델은 63만 위안(약 1억 3400만원)의 고가에도 공개 직후 빠르게 완판됐다. 중국 기업이 국가 이벤트를 무대로 기술 성숙도와 상용화 가능성을 동시에 시험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를 지렛대로 삼아 공급망을 수직 계열화했고 결과물을 이제 세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전략의 핵심은 ‘먼저 보급하고 먼저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기술을 완성한 뒤 사회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 먼저 풀어놓고 학습과 수정을 거듭하는 방식이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중국식 시스템이 현장 표준이 돼 있는 풍경이 곧 다가올지도 모른다.

한국도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을 중심으로 물류·부품 분류 등 제조 현장에 로봇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며 정밀 제어와 지능형 자동화를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모바일 양팔 휴머노이드 ‘RB-Y1’을 생산 라인에 우선 투입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을 결합해 동작 성공률 95%를 달성하며 제조 데이터 기반의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가가 설계하고 기업이 수행하는 중국식 방식과 달리 한국 기업은 수익성과 기술적 완결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시장 중심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피지컬 AI는 인간의 일상 및 국가 인프라와 직접 맞닿은 기술이다. 세계 시장의 질문은 ‘무엇이 가장 빠른가’가 아니라 ‘무엇을 안심하고 채택할 수 있는가’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의 속도에만 시선을 빼앗기는 일이다. 속도로 맞서면 경쟁은 곧 비용 싸움으로 수렴되고 그 게임의 규칙은 이미 중국이 쥐고 있다.

기술은 빠를수록 두려움을 낳지만 제도는 투명할수록 신뢰를 만든다. 한국이 설계해야 할 것은 세계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신뢰의 기준’이다. 그것은 안전 규격과 책임 구조, 데이터 보호와 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서 완성된다. 그 기준을 선점하는 기업과 국가가 다음 미래 10년의 시장 구조를 설계하고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제조업 근로자 1만 명 당 로봇 1012대를 보유한 세계 1위 로봇 밀도 국가다. 피지컬 AI를 위한 최적의 테스트베드를 갖추고 있어 제조업과 소프트웨어의 융합 전략이 성공한다면 글로벌 퍼스트무버(First Mover·선구자)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선택지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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