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까지 접수한 넷플…토종 OTT는 설 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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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까지 접수한 넷플…토종 OTT는 설 땅이 없다

이데일리 2026-03-22 20:40: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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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넷플릭스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을 190여개국에 생중계하며 글로벌 OTT의 라이브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였다. 반면 국내 토종 OTT의 입지는 그만큼 더 좁아지는 모습이다. 이번 중계는 단순한 공연 송출을 넘어, K콘텐츠 유통 주도권이 해외 플랫폼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BTS(방탄소년단) 컴백 공연일인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이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주문형비디오(VOD) 중심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을 넘어, 고도화된 스트리밍 기술이 필요한 대형 라이브 이벤트 시장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스포츠와 콘서트, 시상식 같은 실시간 콘텐츠를 독점 확보해 가입자를 묶어두는 이른바 ‘록인(lock-in)’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전 세계 3억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을 계기로 K팝 대형 라이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한층 키웠다. 이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프로풋볼(NFL) 등 스포츠 중계를 통해 글로벌 동시 접속 환경을 시험해온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K팝 대표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라이브 경쟁력까지 입증하려는 모습이다. 구글 역시 유튜브를 통해 블랙핑크 제니의 무대로 화제를 모은 코첼라 페스티벌을 매년 독점 생중계하며 라이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하이브는 “전 세계인이 같은 순간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넷플릭스의 독점 중계는 국내 방송사와 토종 OTT, 팬 플랫폼 등의 참여 여지를 좁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실제 국내 미디어는 넷플릭스가 제공한 2분 이내 클립 외에는 별도 중계 영상을 활용하기 어려웠다. 넷플릭스가 당초 취재 가이드라인을 10분으로 제한했다가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이 일자 일부 철회한 것도 이런 논란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으로 해외 관광객 유입 등 이른바 ‘BTS노믹스’ 효과가 적지 않았지만, 정작 국내 OTT 성장의 마중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내 플랫폼은 경쟁의 무대에 오르지도 못한 채 사실상 ‘관전자’로 밀려났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과 넷플릭스는 서비스 범위와 체급 자체가 달라 같은 비용 구조로 경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OTT는 로컬 서비스 특성상 해외 가입자 확대에 제약이 있고, 메가 이벤트를 감당할 자본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본다. 자본력과 글로벌 도달 범위에서 이미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K팝 IP마저 해외 플랫폼의 수익 모델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는 “토종 OTT 플랫폼이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보다 강한 디지털 진흥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아래 규제 완화와 파격적인 지원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도 “글로벌로 나갈 유통 구조를 열지 못하면 결국 넷플릭스 같은 해외 OTT에 콘텐츠를 모두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기념 공연인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펼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OTT가 몸집을 키우고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국내 음악 플랫폼 관계자는 “대규모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 지원이나 K팝 공연 영상에 대한 세액공제 같은 구체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이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과 각종 공공 인프라를 바탕으로 치러졌음에도, 결과적으로 글로벌 플랫폼의 독점 콘텐츠로 귀결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지원이 투입된 콘텐츠를 해외 플랫폼에 독점 제공하는 방식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플랫폼에도 비독점 방식으로 동시 유통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OTT의 체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등 이른바 ‘메가딜’을 통해 시장 재편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내 OTT 관계자는 “국내 OTT 규제를 유료방송 수준으로 강화하면 규모가 작은 국내 사업자만 역차별을 받게 된다”며 “규제 완화에 그치지 말고 기업 간 대형 결합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라도 넷플릭스 구독자 1500만명에 맞설 수 있는 1100만명 규모 플랫폼 하나는 있어야 대안이 된다”며 “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이 아니라 플랫폼 유통 주도권을 되찾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을 위기가 아닌 학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이번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플랫폼 기업들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며 “향후 글로벌 라이브 시장이라는 고난도 영역에 진입하기 위한 학습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K콘텐츠 육성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준호 호서대 교수는 “넷플릭스 독주를 막는 데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HBO 맥스, 디즈니플러스 등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가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세계 시청자가 K콘텐츠를 가장 가치 있게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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