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93.29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지난 16일 1501.0원으로 출발하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간거래 장중 1500원을 넘어섰다.
19일에는 주간 거래 종가(1501.0원) 기준으로도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0일(1511.5원)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다. 20일 종가 역시 1500.6원을 기록하며 이틀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다.
이처럼 환율이 고점을 높이는 가운데 주요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 약세는 두드러졌다. 지난주 달러 강세가 주춤했음에도 유로(+1.34%), 엔화(+0.31%), 파운드(+0.90%), 스위스 프랑(+0.41%), 스웨덴 크로나(+1.54%) 등 대부분 통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원화 가치는 0.48% 하락하며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꼽힌다. 브렌트유는 지난 20일 배럴당 112.19달러까지 상승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8.32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환율 향방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중동 변수에 취약한 경제 구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 등으로 환율 상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과 반도체 중심의 주식시장 강세는 1400원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환율·고유가 충격이 이어지면서 통화정책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국에서는 중동 사태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상태다. 한국은행 역시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일 금융투자협회 ‘호르무즈 위기 긴급 세미나’에서 “유가 108달러 이상, 원·달러 환율 1500원대 진입을 전제로 한은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도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반영해 한은이 7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0%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물가·고금리 흐름은 국내 경기 회복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확대될 경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동시에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빚투’·‘영끌’ 가계와 중소기업이 먼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역시 중동 사태 영향권에 놓이면서 올해 2% 수준으로 제시된 성장률 목표치 하향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NH금융연구소는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경제 충격이 최소 한 달 이상 지속되며 성장률이 연간 0.1~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전쟁이 3개월 이어질 경우 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지고, 1년 지속 시에는 연간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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