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가 3주째 이어지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가 막히면서 에너지 공급 불안이 현실화됐고, 한국 제조업 전반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큰 타격이 없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역수지 악화와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과거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지만, 초기에는 한국 수출이 오히려 증가세를 이어갔다. 같은 해 3월 수출은 63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반도체 수출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그러나 문제는 수입이었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상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 수입 급증으로 이어졌다. 2022년 3월 에너지 수입액은 한 달 만에 80억 달러 이상 급증했고, 결국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됐다. 이후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수출 증가세도 둔화됐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출까지 꺾이며 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번 상황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는 수출이 견조하다. 이달 초 기준 수출은 같은 기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무역수지도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중동 지역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 수준에 불과해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변수로 인해 간접적인 충격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해상 운송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선박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운송 기간이 약 2주 이상 늘어나고 물류비 상승, 납기 지연, 공급망 혼란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를 넘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헬륨 가스 등 일부 핵심 소재 역시 중동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 전반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석유제품·화학·고무·플라스틱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생산 비용은 평균 0.7%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상황 대응에 나섰다.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와의 공조를 통해 약 2246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검토 중이다. 이는 단기적인 공급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법으로 ‘수입 다변화’를 지목한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유사한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국내 산업이 동일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기적인 유가 충격을 넘어, 한국 경제의 에너지 구조와 공급망 안정성 전반을 재점검해야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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