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극장에서 332만 관객을 끌어모았던 한국 영화가 넷플릭스 공개 직후 단숨에 TOP 5에 진입했다.
영화 '올빼미' / (주)NEW
최근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유해진의 또 다른 대표작이 OTT에서 역주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화제의 작품은 유해진, 류준열 주연의 영화 ‘올빼미’다.
‘올빼미’는 개봉 4년 만인 지난 2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뒤 단숨에 4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때 극장에서 332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함께 인정받았던 영화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22일 기준 누적 관객 1444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흥행 순위 3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유해진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올빼미’까지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왕사남' 흥행에 역주행 / (주)NEW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재부상은 단순한 향수 소비와는 결이 다르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뒤,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장르 영화 특유의 속도감과 서스펜스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작품으로 꼽힌다. 공개 직후 다시 관심이 쏠리는 이유 역시 단순하다. 지금 봐도 이야기가 세고, 배우들의 연기가 압도적이며, 몰입감이 무서울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는 어의 ‘이형익’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궁으로 들어간다. 그 무렵 청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가 8년 만에 귀국하고, ‘인조’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잠시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어둠 속에서는 희미하게 앞을 볼 수 있는 경수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진실을 알리려는 순간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모습을 드러내고, 경수는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몰린다.
유해진 왕 연기 압권 / (주)NEW
이 작품이 다시 뜨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유해진이다.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을 지키는 충신 엄흥도로 묵직한 울림을 남긴 그는 ‘올빼미’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꺼내 든다. 아들 소현세자의 죽음 이후 불안과 광기에 잠식돼 가는 왕 인조를 연기하며 선한 인상 뒤에 숨은 서늘한 폭압성을 집요하게 끌어올린다. 인조가 점점 무너지고 폭주하는 과정은 유해진 특유의 디테일한 표정과 호흡을 통해 더 소름 돋게 완성된다. 최근 ‘왕과 사는 남자’로 다시 주목받은 관객들이 ‘올빼미’를 찾아보게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같은 배우가 이렇게까지 다른 결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나 싶은 순간들이 이어진다.
류준열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그는 사건의 한복판에 놓인 침술사 경수 역을 맡아 영화 전체의 긴장을 끌고 간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인물이 오히려 가장 먼저 진실을 목격하게 되는 설정은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장치 중 하나다. 류준열은 공포와 본능, 생존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불안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을 끝까지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인다. 유해진의 광기와 류준열의 불안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면서 ‘올빼미’는 단순한 사극이 아니라 밀도 높은 심리 스릴러로 힘을 얻는다.
밀도 높은 심리스릴러 / (주)NEW
연출 역시 다시 봐도 강력하다.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 안태진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입봉작인 ‘올빼미’는 과한 장식보다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승부를 본다.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꼽히는 소현세자의 죽음 목격 장면은 이 영화의 진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세자를 발견한 순간의 충격은 단순히 화면의 자극 때문만이 아니다. 그 전까지 촘촘하게 쌓인 불안과 침묵, 공포가 한순간에 폭발하며 영화 전체를 급가속시키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올빼미’는 결말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밀어붙인다.
관람객 반응도 다시 뜨겁다. 현재까지 평점 8.70을 기록 중인 가운데, 실관람객들은 “유해진과 류준열 두 배우의 광기가 가득한 연기로 118분을 제대로 찢어놓은 수작”, “연출이 정말 미쳤다”, “믿고 보는 유해진, 류준열답게 몰입도가 상당하다”, “‘그 장면’에서부터 출발하는 스릴러가 압도적”, “유해진의 왕 연기에 소름이 돋았다”, “연기, 연출, 미장센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시간이 꽤 흐른 작품인데도 다시 입소문이 붙는 건, 결국 영화 자체의 힘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이다.
천만 영화만 5편, 유해진 / (주)NEW
유해진의 필모그래피를 놓고 봐도 ‘올빼미’의 재조명은 자연스럽다. 그는 ‘왕의 남자’에서 광대 무리의 맏형 육갑으로, ‘베테랑’에서는 조태오의 심복 최대웅 상무로, ‘택시운전사’에서는 광주의 택시기사 황태술로, ‘파묘’에서는 장의사 영근으로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그리고 ‘왕과 사는 남자’로 다시 한번 흥행 정점에 선 지금, 관객들은 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가장 낯설고도 강렬한 얼굴을 보여준 작품으로 ‘올빼미’를 다시 꺼내 보고 있다.
결국 ‘올빼미’의 넷플릭스 4위 진입은 우연한 반짝 화제라고 보기 어렵다. 332만 관객이 선택했던 흥행 저력, 유해진과 류준열이 만든 압도적 연기 밀도, 사극과 스릴러를 절묘하게 엮은 장르적 완성도가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하고 있는 흐름에 가깝다.
OTT 역주행 '올빼미' / (주)NEW
극장에서 끝난 줄 알았던 영화가 OTT에서 다시 살아났다. ‘왕과 사는 남자’로 뜨거워진 유해진의 존재감이 ‘올빼미’까지 끌어올린 지금, 이 332만 한국 영화의 역주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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