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 ‘한국기행’이 건져 올린 한정판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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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 ‘한국기행’이 건져 올린 한정판 밥상

뉴스컬처 2026-03-22 08:02:37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손끝으로 세상을 주문하는 시대다. 앱을 열고 몇 번의 터치만 더하면, 지구 반대편의 음식도 집 앞까지 도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금 아니면 놓치는 맛’이 있다. 계절이 짧게 허락하고, 특정한 땅과 바다가 완성하는, 복제할 수 없는 한 끼.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한국기행'은 희소한 한 끼를 찾아 전국을 누비며,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어낸 ‘한정판 미식’을 담아낸다. 봄 바다부터 산골 마을까지, 오직 그때 그곳에서만 완성되는 다섯 개의 밥상이 펼쳐진다.

사진=한국기행
사진=한국기행

■봄을 끓이다, 통영의 한 그릇

여정의 시작은 남해의 항구 도시 통영이다. 이곳에서 봄은 꽃보다 먼저 식탁 위에 오른다. 도다리쑥국은 통영 사람들에게 계절을 가르는 기준과도 같은 음식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다리에 갓 올라온 어린 쑥을 더해 끓여낸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깊다.

특히 쑥의 상태가 맛을 좌우한다. 너무 자라기 전, 가장 여린 시기에만 가능한 이 요리는 길어야 한 달 남짓 즐길 수 있다. 한 숟갈 뜨는 순간, 바다의 짭조름함과 땅의 향긋함이 동시에 퍼지며 ‘봄이 왔다’는 감각을 직관적으로 전한다.

여기에 2년을 기다려야 수확할 수 있는 멍게까지 더해지면 통영의 봄은 절정에 이른다. 껍질 속에 숨겨진 선홍빛 속살은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바다를 통째로 품은 듯한 풍미를 남긴다.

■바다를 가르다, 욕지도 생참치

두 번째 이야기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펼쳐진다. 태평양을 떠올리게 하는 참다랑어를 국내에서 양식한다는 도전은 한때 무모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수십 년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거대한 참치들이 바다를 가르며 유영하는 장관이 완성됐다.

이곳의 생참치는 ‘속도’에서 차별화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포획에 나서고, 단 하루 만에 식탁으로 향한다. 영하 수십 도에서 얼려 운반되는 일반 참치와 달리, 살아 있는 상태의 신선함이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해체 작업을 독학으로 익힌 한 인물의 집념은 이 이야기에 무게를 더한다. 수차례 실패와 손실을 견디며 완성해낸 한 접시는 이제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만 맛볼 수 있는 희귀한 미식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을 짜다, 안동의 대마 식탁

경북 안동 금소마을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밥상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대마가 옷감을 넘어 식재료로 확장된다. 줄기는 삼베로, 씨앗은 기름으로, 뿌리는 보양식 재료로 쓰이며 하나의 식탁을 완성한다.

특히 안동포 제작 과정은 여전히 손작업으로 이어진다. 실을 잇고 짜는 수십 번의 공정을 거치는 동안, 장인의 손에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다. 그렇게 완성된 전통은 밥상 위에서도 이어진다.

대마종자유는 고소한 풍미와 함께 건강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뿌리를 활용한 음식은 지역에서만 이어져 온 방식 그대로 전해진다. 한 끼의 식사가 곧 한 지역의 역사와 노동을 증명하는 셈이다.

■봄을 건져 올리다, 볼락 한 상

봄 바다가 가장 맛있어지는 순간, 볼락이 제철을 맞는다. 산란을 마친 뒤 살이 꽉 차오른 이 시기의 볼락은 회, 구이, 매운탕 어느 방식으로도 제맛을 낸다.

특히 갓 잡아 올린 볼락은 특유의 쫄깃함과 은은한 단맛이 살아 있다. 불 위에 올리면 껍질이 바삭하게 올라서며 고소함이 배가되고, 국으로 끓이면 깊고 시원한 맛이 속을 풀어낸다.

통영 일대에서는 볼락을 김치로 담가 먹는 독특한 방식도 이어진다. 숙성 과정에서 더해지는 감칠맛은 이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별미로 꼽힌다. 계절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그래서 더 귀한 맛이다.

■기억을 데우다, 문경의 광부 밥상

마지막 여정은 경북 문경으로 이어진다. 한때 ‘검은 황금’이라 불리던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던 이곳에는 광부들의 시간이 남아 있다.

어둠 속 갱도에서 하루를 버텨낸 이들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은 따뜻한 한 끼였다. 족살과 감자를 넣어 끓인 족살찌개는 값싸지만 든든한 음식으로, 고된 노동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지금은 광산이 멈췄지만, 그 시절의 밥상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가족이 둘러앉아 나누던 한 그릇의 온기, 그리고 하루를 버텨낸 서로를 향한 위로. 음식은 그렇게 한 시대의 감정을 고스란히 품고 이어진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건져 올린 다섯 개의 ‘한정판’ 맛. 이번 여정은 계절과 사람,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을 보여준다. 쉽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히는 음식의 시대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진짜 한 끼’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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