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가 대출 연장 제한과 사업자대출 전수조사를 병행하며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나섰다. 표면적인 거래 이면에 숨은 ‘변칙 자금’에 대해 사실상의 ‘원천 봉쇄 전략이다. 다만 이번 규제가 매매시장 위축을 넘어 임대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의 실효성은 실수요자의 자금 동원력과 향후 금리 향방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사기’ 수준 엄단…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정밀 타격’
국세청은 19일 “사업자대출을 주택 구입 자금으로 유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자금이 부족한 개인사업자가 사업 용도로 빌린 돈을 주택 잔금 결제 등에 활용하는 편법 차단을 선언한 셈이다.
실제 현황은 엄중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적발 사례는 127건, 금액으로는 587억5000만원에 달한다.
정부의 대응 수위도 높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사업자대출 유용을 ‘사기에 준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형사고발과 대출금 회수’를 강력히 지시했다. 아울러 수도권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 제한까지 시사하며 금융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저가 시장 직격탄…“임대료 전가 가능성 커”
다만 다주택자에 대한 급격한 금융 압박이 임대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사업자대출이나 후순위 대출에 의존해 주택을 보유한 임대인이 대출 회수 압박을 받으면, 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거나 주거 환경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세 시장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기준 전세가격은 서울 0.13%, 수도권 0.12% 상승했다. 역세권과 대단지를 중심으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빌라, 오피스텔, 수도권 외곽 소형 아파트 등 중저가 시장이 대출 의존도가 높아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자금 압박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며 서민 주거 비용을 높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가 아파트를 겨냥한 정책이 엉뚱하게 중저가 임대시장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규제 효과는 ‘추가 억제’ 수준…관건은 결국 ‘금리’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겠지만, 시장의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이미 지난해 ‘10·15 대책’ 등으로 상당한 규제가 우선 적용됐기 때문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규제는 남아 있는 일부 투기 수요를 추가로 누르는 성격이 강하다”며 “거래 감소는 불가피하나 시장의 근본적인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결국 시장의 눈은 금리로 향하고 있다. 최 교수는 “주택 가격의 향배는 금융 규제보다 금리 추이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고강도 압박이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그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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