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21일 오후 8시를 알리는 시계가 가리키자 서울 광화문광장이 들썩였다. 방탄소년단(BTS) 7인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보랏빛 응원봉으로 가득 찬 4만여 명의 함성이 광화문 일대를 덮쳤다.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고 3년 9개월 만에 처음 함께 서는 무대였다.
공연의 핵심 콘셉트는 '왕의 길'이었다. 멤버들은 조선 왕이 국가 행사 때 거닐던 경복궁 근정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흥례문과 광화문, 월대를 차례로 지나 세종대로 한복판에 마련된 본 무대에 올랐다. 무대는 앞뒤를 터 놓은 'ㅠ'자 형태의 LED 구조물로 꾸며졌다. 무대 뒤로 광화문 전경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설계한 것으로, 건물로 치면 5층 높이인 너비 17m, 높이 14.7m 규모였다.
세계 각지에서 새벽부터 광장을 지킨 팬덤 '아미'를 비롯해 국적과 나이를 불문한 팬들이 멤버 7인의 등장에 목청껏 환호했다. 무대에서 한참 떨어진 자리의 관람객들도 광화문에서 시청역까지 약 1km 구간 곳곳에 세운 대형 전광판 9개나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함께 누렸다. 한복 차림의 외국인 관객도 공연장 안팎에서 눈에 띄었다. 공연장 바깥에서 자리를 잡은 팬 중 일부는 감격을 참지 못하고 눈가를 적셨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연 시작 시각인 오후 8시 기준 광화문과 덕수궁 인근에 모인 인원은 4만~4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경찰 비공식 추산도 4만2000명 수준으로 같았다. 당초 경찰이 숭례문까지 최대 26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내다봤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밑도는 수치다.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190개국 실시간 생중계가 이뤄진 만큼, 현장을 찾는 대신 집에서 화면으로 공연을 즐기는 팬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개 게이트마다 금속탐지기 검문이 실시되면서 입장이 지연된 데다 인파가 몰린 상당수 게이트는 추가 유입 자체가 차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이번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넷플릭스가 음악 공연을 이 같은 규모로 전 세계에 동시 생중계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8개 언어를 구사하는 10개국 스태프가 투입됐고, 9.5km 길이의 전력 케이블과 총 무게 16만 4500kg에 달하는 방송 장비가 동원됐다. 카메라 23대와 중계 모니터 124개도 현장에 배치됐다. 무대에는 멤버 7인 외에 댄서 50명과 국악단원 13명이 함께 올랐다.
리더 RM은 깁스를 한 채로 무대에 섰다. 공연 이틀 전인 19일 리허설 도중 발목에 '부주상골 염좌 및 부분 인대 파열, 거골 좌상' 부상을 당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RM 본인의 의지에 따라 무대에는 오르되 안무 등 퍼포먼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연에 임한다고 사전에 밝혔다.
공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광장 안팎의 인파 밀집도는 높아졌다. 경찰은 밀집 정도에 따라 공연장 일대를 '코어·핫·웜·콜드' 4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는 '핫존'에 10만명이 차면 추가 입장을 막을 계획이었다. 관객석 바깥으로 인파가 쏟아지자 경찰은 해당 팬들을 서울광장 쪽으로 유도했고, "무브! 무브"를 연신 외치는 목소리가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광장 공식 좌석은 A구역(스탠딩)·B구역(지정석)·C구역(추가 좌석)으로 나뉜 2만2000석 규모였다. 광장 출입은 서쪽 15개, 동쪽 16개를 합쳐 모두 31개 게이트로만 가능했다. 테러·위험물 반입을 막기 위해 게이트마다 금속탐지기를 설치했고, 내부에는 경찰특공대도 자리를 잡았다.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자 상당수 게이트는 추가 유입을 차단했다. 북창동 인근 게이트에는 공연 시작 직전까지도 약 75m가량 줄이 늘어섰지만 경찰은 진입을 막았다.
방탄소년단(BTS,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티켓을 손에 넣지 못한 시민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명당'을 차지하러 나섰다. 낚시 의자나 신문지를 챙겨 온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벤치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는 장면도 펼쳐졌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벤치를 빼앗긴 시민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KT빌딩 앞에서는 수 시간째 선 채로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로 꽉 찼다. 교보생명 건물 앞 인도에 다리를 쭉 뻗고 앉은 관객들에게 경찰이 다른 보행자가 다칠 수 있다며 자세를 고쳐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금속탐지기로 인해 크고 작은 해프닝이 잇따랐다. 식칼을 챙긴 요리사, 과도를 배낭에 넣어 온 노인이 잇따라 걸렸다. 이날 오후 2시 34분쯤에는 80대 남성이 맥가이버칼을 소지한 채 게이트를 통과하려다 제지됐다. 경찰이 반입 불가라고 안내하자 남성은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 스탠딩존에서는 불꽃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신문지 형태의 'BTS 호외' 반입이 제한되면서 팬들의 불만이 터지기도 했다.
경찰·소방 당국·공무원 등 1만5000여명이 안전 관리에 투입됐다. 외국인 관람객이 대거 몰리는 데다 중동 정세까지 겹쳐 테러에 대한 경계 수위가 높았다. 바리케이드와 경찰버스 차벽을 동원해 주요 도로 5곳·이면도로 15곳에 3중 차단선을 구축했고, BTS 무대를 중심으로 적선교차로에서 동십자각교차로 구간에는 이중·삼중 펜스를 쳐 일반인 접근을 막았다. 공연 4시간 전인 오후 4시께에는 세종로파출소 인근 도로 노면에 차량 저지용 스파이크 스트립도 깔렸다.
주변 빌딩 31곳도 문을 걸어 잠갔다. 우회 입장과 옥상 관람을 차단하고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임시 휴관했고, 세종문화회관은 이날 예정된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교통 통제로 광화문 인근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하객들을 위해 경찰 버스가 오후 4시까지 수송을 맡았다.
세종대로는 전날 밤부터 전면 봉쇄됐고, 사직로·율곡로·새문안로와 광화문 지하차도는 오후 11시까지 차량 통행이 막혔다. 종각역 일대에도 인파가 몰리며 각 금속탐지기마다 긴 행렬이 이어졌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1·2호선 시청역·3호선 경복궁역은 오후 10시부터 열차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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