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 곁 지킨 푸른 눈의 성자…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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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곁 지킨 푸른 눈의 성자…뉴질랜드 출신 안광훈 신부 선종

연합뉴스 2026-03-21 19:56: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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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첫 파견돼 60년간 한국서 헌신…철거민·달동네 주민 등 자립 도와

2020년 특별공로자로 국적 받기도…"한국은 제2의 고향 아닌 고향 그 자체"

안광훈 신부 선종 안광훈 신부 선종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60년간 한국서 머물며 도시 빈민들을 위해 헌신해온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본명 로버트 존 브레넌) 신부가 21일 선종했다. 향년 84세.

천주교 선교단체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선교회 소속인 안 신부가 이날 새벽 4시 서울 동서요양병원에서 선종했다고 밝혔다. 지병이 악화해 한 달 전부터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선교회 관계자는 전했다.

고인은 한국에서 줄곧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곁을 지킨 '빈민의 대부'이자 '푸른 눈의 성자'였다.

1941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안 신부는 1965년 사제 수품 이듬해인 1966년 9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지부로 파견됐고, 언어 공부를 마친 후 원주교구로 발령받아 11년간 본당 신부로 사목했다.

원주교구 정선성당 주임신부 시절이던 1972년 고리대금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주민을 위해 정선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성프란치스코의원을 열어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초대 원주교구장을 지낸 지학순(1921∼1993) 주교가 1974년 유신정권에 의해 구속됐을 땐 석방 운동에 주저 없이 동참하기도 했다.

1981년 서울대교구 목동성당으로 발령받은 이후엔 당시 안양천변에 살다 쫓겨나는 철거민들에게 본당을 내어주고 철거 반대 운동을 했다. 이들이 시흥의 새로운 터전에서 자립해 살 수 있게 물적으로 돕기도 했다.

1992년 서울 강북구 미아6동 달동네로 들어가 철거 위기에 놓인 주민들과 함께 지냈고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엔 서울북부실업자사업단 강북지부(현 삼양주민연대)를 맡아 실업문제 해결에 힘썼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으로 저소득층, 노숙인 등 도시 빈민들을 자립을 위해 노력했다.

항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곁을 지킨 안 신부를 기려 2012년 서울시에선 명예시민권을 수여했고, 2020년엔 정부가 특별공로자로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수여했다.

국적 수여식 당시 안 신부는 "20대 청년으로 한국에서 광훈(光薰)이라는 이름을 받은 지 54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며 "한국은 제2의 고향이 아닌 고향 그 자체며 이방인이 아닌 '온전한 한국인'으로 살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 사회복지대회 대상(2012년), 아산사회복지재단 대상(2014년) 등도 수상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뉴질랜드를 떠나 낯선 한국으로 파견된 새 사제는 가난하고 힘없고 외면당하는 이들 곁에 한평생을 살았고, 기도한 대로 그토록 사랑한 한국에서 영면하게 됐다"며 "안광훈 신부의 아름다웠던 삶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0호실에 마련됐으며, 장례 미사는 24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엄수된다. 장례 이후 충북 제천의 배론성지 천주교묘원에서 영면에 든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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