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 뉴스1
공소청법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수사·기소 분리를 대원칙으로 한 검찰개혁 입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8년간 이어온 검찰청은 오는 10월 공소청·중수청법 시행과 함께 공식적으로 문을 닫게 됐다.
국회는 전날 공소청법을 처리한 데 이어 이날 중수청법을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검찰 파괴", "최악의 개악"이라고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민주당은 24시간이 지난 뒤 진보 성향 군소정당과 함께 투표로 토론을 종결하고 법안을 차례로 의결했다.
중수청법은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 기관으로 두고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 및 외환·사이버범죄 등 6대 범죄를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른바 법왜곡죄와 공소청·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원 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중수청 수사관은 특정직 공무원으로 1~9급 단일 직급 체계를 갖추며, 공개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직무 관련 전문성을 갖춘 자에 한해 경력 채용도 가능하다. 당초 정부안에 포함됐던 중수청의 수사 개시 시 공소청 통보 조항은 당·정·청 논의 과정을 거쳐 삭제됐다.
공소청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기소만 전담하며,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체계로 운영된다. 기존 검찰의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감독권은 폐지됐고, '권한남용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검사의 징계 사유로 '파면'을 명시해 탄핵 절차 없이도 파면이 가능해졌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와 기소권을 동시에 행사하며 권력형 비리 수사를 주도해왔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 굵직한 대형 사건이 그 예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비판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검찰 개혁 논의는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화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재명 정부에서 검찰청 폐지로 귀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입법에서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여권 내부 갈등의 교통정리에 나섰다. 지난 1월 정부가 입법 예고한 공소청·중수청 법안을 두고 당 강경파의 반발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엑스(X)에 올린 글에서 '검찰총장' 명칭 유지, 위헌성 논란 등 정치적 목적 주장 배제, 보완수사 요구권 추후 논의 등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결국 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갈등 봉합에 나서면서 당정청 협의안이 도출됐다.
법안이 통과되자 민주당에서는 일제히 환영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청래 대표는 페이스북에 "70년의 숙원 사업이 완성되고 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하다. 이재명 대통령님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성윤 의원은 "눈물 나게 고맙다. 드디어 해냈다"고 적었고, 황명선 최고위원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 온 검찰개혁의 시대적 과제가 드디어 제도적으로 완성됐다"고 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오랜 요구이자 시대적 과제였던 검찰개혁에 대한 준엄한 명령을 제도적으로 실현한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중수청이 한국형 SFO(영국 중대비리수사청) 또는 한국형 FBI로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향후 쟁점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로 모아진다. 민주당은 이번 입법에 보완수사권 조항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관련 논의는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당 강경파는 "보완수사권은 직접 수사권"이라며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법조계에서는 원활한 공소 유지와 수사 완결성을 위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피의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주장, 적절한 통제 장치가 없다면 검찰 개혁이 '공룡 경찰'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문제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개혁에 장애를 가져오는 불필요한 과잉은 안 된다"면서도 "보완수사 허용 여부 역시 남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충분히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국무회의에서는 "터놓고 지겨울 정도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소속 검찰개혁추진단은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정부안을 6월 이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단체들과 최대 10회에 달하는 토론회를 열고 여론조사를 하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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