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길리(22·성남시청)는 여전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수식어가 실감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별명인 ‘람보르길리(람보르기니+김길리)’처럼, 도전을 즐기는 자세는 여전했다.
김길리는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 2025~26시즌을 마친 소회와 향후 계획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길리에게 2025~26시즌 특별했다.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끝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서 금메달 2개(1500m·3000m 계주) 동메달 1개(1000m)를 따냈고, 이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서도 2관왕(1500m·1000m)에 올랐다. 시니어 데뷔였던 2023~24시즌 ISU 월드투어 여자부 종합 1위에 오르며 기대주로 떠오른 그가 단기간에 월드클래스 반열까지 도달했다. 그의 우상이자 ‘신화’ 최민정(성남시청)이 이번 밀라노서 7번째 메달(금4·은3)을 따낸 뒤 올림픽 은퇴를 선언하면서, 김길리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배턴을 넘겨받았다.
김길리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전후로 청와대 격려 오찬, 예능 등 각종 행사를 섭렵하며 숨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길리는 시즌을 돌아보며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이 컸다. 하지만 시즌을 소화할수록 컨디션이 올라왔고, 결과도 잘 따라와 줘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후회 없이 잘 마무리한 시즌”이라고 평했다.
이제는 잔드라 벨제부르(네덜란드) 코린 스토다드(미국) 등 세계적 선수들과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지만, 김길리는 여전히 인코스와 아웃코스 추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계속 스케이트를 타며 스스로 터득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길리는 지난 2024년 월드투어 종합 1위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 글로브 수상 뒤 “아시안게임(AG), 올림픽, 세계선수권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하얼빈 AG서 2관왕 포함 메달 4개를 따냈고, 올해 5개의 메달을 추가하며 모든 목표를 이뤘다.
김길리에게 다음 목표를 묻자, 그는 “그저 매 시즌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당장 올해 목표를 생각해 보진 않았다”면서도 “우선 내년 서울에서 ISU 세계선수권이 열린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한편 김길리는 최근 자신의 이름 앞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수식어가 붙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세계선수권 때 그런 소개 문구가 들리자 너무 신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장 이뤄보고 싶었던 목표였다. 아직 적응이 잘 안 되긴 한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미 많은 업적을 이뤘음에도,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다. 김길리는 “여전히 목표를 세우고, 이를 깨기 위해 도전하는 게 즐겁다”며 “스케이트 타는 게 너무 재밌다. 목표를 이루면 재미가 더해진다. 힘들 때도 내가 1등 한 영상을 보며, 스스로 일어나려고 한다. 그때의 희열감을 느끼고 싶어서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올림픽 우승 레이스를 500~1000번 돌려봤다고 해맑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끝으로 김길리는 “내 레이스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다. 가끔 내 경기를 보고 힘을 얻었다는 메시지를 받으면 너무 뿌듯하다”며 “아직은 스케이트가 즐겁다.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일단 우리가 올림픽에서 혼성 계주2000m 메달이 없으니, 이 종목을 제패할 때까지는 뛸 거”라고 껄껄 웃었다.
한편 김길리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도영의 팬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에도 중계를 찾아봤을 정도로 관심이 크다. 이미 지난해엔 KIA 홈경기의 시구자로도 나섰고, 올해도 해당 일정이 예정돼 있다.
김길리는 “야구 관람을 많이 하고 싶다. 빨리 개막했으면 좋겠다. 다음 시구 때는 더 잘하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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