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와 달리 주유소에는 별도의 손실 보전 장치가 없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국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리터) 당 1822원으로 석유 최고가격제 지정 전인 12일(1898.8원)보다 4% 감소했다. 자동차용 경유 가격도 같은기간 1919원에서 1819.5원으로 5.2% 떨어졌다.
기름값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유소업계에서는 영세한 자영업자를 위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더해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인근 주유소와의 경쟁에서 밀려 판매량이 줄고, 재고 소진이 늦어지면서 손실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다.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일정 가격 이상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설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중동 사태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자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 13일부터 이를 도입했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판매하는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고, 최고가격은 2주 단위로 재설정된다.
정부는 주유소 판매가격에는 직접적인 규제를 두지 않고 있다. 다만 공급가격이 낮아진 만큼 주유소에도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에 대해 신고를 독려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전에 비싼 가격에 재고를 확보한 주유소들이다. 기존 물량을 소진하기 전까지는 가격 인하 시 손실이 불가피하다. 정유사와 달리 주유소에는 별도의 손실 보전 장치도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1991년 17.8%에서 2023년 1.7%까지 떨어졌다.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추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판매량 격차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약 70%가 평균 판매량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이 낮은 주유소일수록 재고 소진 속도가 느려 최고가격제 대응이 더딜 수밖에 없다.
실제 평균 재고 소진 기간은 약 2주 수준이지만, 판매량이 많은 주유소는 2~3일 만에 물량을 털어내는 반면, 판매량이 적은 곳은 한 달 이상 재고가 유지되는 등 격차가 크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나 정부 지원을 받는 알뜰주유소 등 여력이 있는 곳은 일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판매량을 바탕으로 가격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지만, 영세 주유소는 재고가 쌓여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폐업 역시 쉽지 않다. 주유소를 폐업하려면 유류 저장 탱크 철거, 건축물 철거, 도로 원상 복구, 토양오염 정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자영업자인 주유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재명 주유소협회 팀장은 “최고가격제 적용으로 영세 주유소들이 오히려 더 큰 어려움에 처했다”며 “손실 보전 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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