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한국 동양화 100년의 궤적 잇다… 기획전 ‘시대지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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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미술관, 한국 동양화 100년의 궤적 잇다… 기획전 ‘시대지필’ 개최

문화매거진 2026-03-20 15:33:11 신고

▲ 2026 울산시립미술관 한국 근현대 동양화 기획전 '시대지필' 포스터 
▲ 2026 울산시립미술관 한국 근현대 동양화 기획전 '시대지필' 포스터 


[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대한제국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묵묵히 시대의 숨결을 기록해 온 동양화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기념비적인 전시가 울산에서 막을 올린다.

울산시립미술관(관장 임창섭)은 한국 근현대 동양화 기획전 ‘시대지필(時代之筆): 시대의 붓’을 이달 19일부터 6월 14일까지 1·2전시실과 로비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근대 동양화의 기틀을 마련한 거장 조석진과 안중식을 필두로, 한국 동양화의 명맥을 이어온 작가 14인의 작품 150여 점과 희귀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동양화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1900년대 초반부터 현대적 변용이 일어난 2000년대 초까지를 총 4부의 서사로 풀어내며,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온 '붓의 궤적'을 추적한다.

▲ 심산 노수현 신록(新綠), 1924, 고려대박물관 소장, 국가등록문화유산 / 사진: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 심산 노수현 신록(新綠), 1924, 고려대박물관 소장, 국가등록문화유산 / 사진: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먼저 1부(1900~1920년대)는 한국 서화의 전통이 근대적 개념의 ‘동양화’로 전환되던 시기를 조명한다. 이 시기 작품들은 원근법이 배제된 관념적 산수가 주를 이루었으나, 점차 현실의 풍경을 수용하는 변화를 보였다. 특히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노수현의 ‘신록’은 전통 산수의 틀을 깨고 서양식 원근법을 과감히 도입하며 근대 산수화로 이행하는 결정적 순간을 화폭에 붙잡았다.

2부(1920~1945년)는 일제강점기 속에서 근대적 미술 제도가 안착하며 실경산수의 영역이 확장된 과정을 보여준다. 일정한 굵기의 선으로 인물을 묘사한 김은호의 ‘여인도’와 무수한 점들로 화면의 밀도를 쌓아 올린 이상범의 ‘효천귀로’ 등은 이 시기 작가들이 치밀한 필치로 구축한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대변한다.

해방 후를 다룬 3부(1945~1970년대)는 일제 잔재를 걷어내고 ‘한국적 회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작가들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조개껍질 가루인 호분 사용을 자제하고 선의 경계를 흐릿하게 처리하는 등 왜색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장우성의 ‘청년도’처럼 서양복과 한복이 공존하는 화면 속에서 인물들의 시선과 구도가 자유로워지는 변화는 한국 동양화가 맞이한 진정한 해방의 정서를 전한다.

▲ 운보 김기창 군마도(群馬圖), 1964,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사진: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 운보 김기창 군마도(群馬圖), 1964,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사진: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마지막 4부(1980~2000년대초)는 장르와 전통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며 작가의 개성과 창작의 자유가 극대화된 시기다. 추상적 기법이 도입되면서 언뜻 서양화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은 철저히 동양화의 재료와 정신으로 빚어낸 독창적인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세계 각지의 풍광을 자신만의 색채로 재해석한 천경자와 역동적인 필력으로 생명력의 정수를 보여준 김기창의 ‘군마도’ 등은 동양화가 단순한 전통 계승을 넘어 현대 예술의 당당한 주역으로 우뚝 섰음을 증명한다.

이번 전시는 평면 회화에만 머물지 않고 풍성한 입체적 자료를 곁들였다. 안중식, 허백련, 김은호 등 거장들의 생전 작업 모습과 인터뷰가 담긴 희귀 기록 영상은 관람객이 작가의 예술 철학에 더 깊이 다가가게 돕는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부산 영도 ‘대한도기’에서 변관식, 김환기, 전혁림 등 피란 온 화가들이 생계를 위해 도자기 접시에 남긴 그림들도 전시되어, 회화와 공예가 결합된 독특한 시대적 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

임창섭 울산시립미술관장은 “지난 100년 동안 동양화라는 명칭이 한국화로 바뀌고, 다시 동양화로 불리기까지의 용어 변화 속에는 우리 미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며 “단순한 작가별 나열이 아닌 시대적 맥락을 통해 한국 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4월 2일부터는 이태호 교수의 강좌와 미술사학자 초청 세미나 등이 열리며, 로비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관람료는 성인 1,000원(울산시민 50% 할인)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한국 미술의 거대한 물줄기를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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