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의 핵심 가스 처리 시설인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피격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한 단기 수급 차질을 넘어 향후 5년 이상 지속될 '장기 결손'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LNG 20% 담당하던 '라스라판'의 비극
카타르 도하 북쪽의 라스라판 단지는 페르시아만 '노스 돔 필드'에서 채굴된 가스를 처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허브다.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를 책임져 온 이곳이 이란의 공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카타르에너지의 전체 수출 용량 중 17%가 즉각 손실됐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사태로 연간 1,280만 톤의 공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시설 복구에만 약 260억 달러(약 39조 원)의 천문학적인 비용과 최소 3~5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카타르는 한국, 중국, 이탈리아 등과 체결한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에 따른 이행 불능을 선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넘어서는 충격… 유휴 용량 없는 LNG 시장 '절망적'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와 달리 LNG 생산 시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휴 용량 없이 최대치로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석업체 우드 매켄지는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산량의 90%를 아시아 시장에 의존하던 카타르의 특성상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에너지 배급제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셉 케네디 에너지 플럭스 창립자는 "수요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가격이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폭등할 것"이라며 "사회 취약계층이 그 여파를 가장 먼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네타냐후 '긴장 완화' 발언에도 불확실성 여전
유가 급등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에 에너지 시설 추가 공격 자제를 요청하며 긴장 완화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에 동의했으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재공격 시 에너지 인프라의 완전히 파괴를 공언하고 있어 페르시아만의 화약고는 여전히 폭발 직전이다.
카타르가 추진하던 노스 돔 필드 확장 사업마저 중단되면서,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은 전례 없는 '장기 빙하기'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